[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희한하다. 소재부터 초호화 캐스팅에 화려한 기술력까지 ‘뺑반’엔 부족한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 영화가 줘야할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한국판 ‘베이비 드라이버’도 되지 못했다. 영화 ‘뺑반’은 통제 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렸다. 그간 많은 수사물이 나왔지만 뺑소니 사건이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 일단 신선한 소재가 이목을 끈다. ‘뺑반’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만큼 극에서 캐릭터들도 활어처럼 살아 숨 쉰다. 광역수사대 내사반에서 뺑반으로 좌천된 은시연(공효진), 뺑반 에이스인 순경 서민재(류준열)부터 내사반의 수장인 윤지현(염정아), 뺑반팀 계장 우선영(전혜진), 은시연의 연인이자 검사인 기태호(손석구), 서민재의 아버지(이성민)까지 제 몫을 해낸다. 허투루 넘길 캐릭터가 없다.
특히 경찰로 등장하는 세 여성 은시연, 우선영, 윤지현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들로 기존의 여성 캐릭터가 가지는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수많은 후배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상사이자 능력자이다. 윤지현과 은시연은 정재철을 잡기 위해 남들 모르게 둘이서만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우선영은 임신한 상태로 등장해선 “임신한 경찰 처음봐?”라고 당당하게 묻기도 한다. 문제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따로 논다. 중반까진 시원하게 달리던 영화가 후반부에 미끄러진다. 서민재에게 모든 서사가 집중되면서 스토리는 신파로 빠졌고 캐릭터들의 연결 고리가 약해졌다. 서민재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주변 인물화 되어 버렸다.
‘뺑반’의 영화의 가장 강점이 되어야 하는 카체이싱 자체는 훌륭하다. 직접 운전을 한 조정석, 류준열 두 배우의 공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할 이들의 질주는 쾌감을 주지 못한다. 주인공에게 쉽게 공감하기 힘든 설정 덕분에 오히려 이들의 레이싱에 피해를 입을 시민들에게 감정이 이입된다.2017년 개봉한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가 떠오르게 만든다. 이 작품은 스토리로는 여러 지적을 받았지만 음악과 어우러진 레이싱 장면의 연출만은 호평을 받았었다. 오락적 쾌감을 전달하며 범죄 오락물로의 역할은 충실히 했다. 하지만 ‘뺑반’은 그마저도 못 따라갔다. 이들의 감정적 카체이싱에 쾌감보단 불안감이 먼저 느껴진다. 분명 잘 차려진 밥상이고 잘 받아먹었는데도 허기가 진다. 15세 관람가로 30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