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 시작 전개혁, 혁신 등의 표현이 담긴 대한체육회의 보도자료를 본 한 고참체육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개혁 혁신은 회장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기자는 자료를 자세히 본 후에는 “뭐야, 산하단체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대한체육회부터 잘해야지”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귓속말로 “저게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맞다고 생각해요?”라며 옆자리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 기자회견 후 “(공보)실장님, 기사 제목 나왔어요. 대한체육회장의 유체이탈화법요.” 대답을 길게 하는 것으로 시간을 끌면서 가능한 질문은 많이 받지 않으려고 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 방송기자는 이렇게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 옆의 기자는 “뭐를 보도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여기 괜히 왔네요”라고 거들었다. 20일 오후 4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18년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폐근절을 위한 체육계 혁신안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현장에 나오지 않은 미디어들조차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많이 보도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어쨌든 대한체육회가 회장이 직접 나서, 작심하고 혁신안을 냈다. 회장도 꽤 길게 이 내용을 설명했다. 그런데 현장기자들의 질문은 혁신안의 한 부분인 ‘인사’에 집중됐다. 마침 최근 대한체육회 주요임원의 사표설, 김성한 전 KIA감독의 ‘낙하산 진천선수촌장 내정설’ 등이 기사화됐기 때문이다. 원래 진짜 혁신은 인사에서 시작되니 당연지사일 수도 있다. “김성한 내정설이 맞나요?”, “주요임원들이 사표를 냈고 수리했나요?”,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 “새로운 임원을 발탁하는데 기준은 무엇이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이기흥 회장은 “나는 모른다”,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리하지 않았다”, “인사추천위원들에게 (청탁)전화가 워낙 많이 와 공개하지 않는다”, “기준은 전문성이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유체이탈화법이다’, ‘내용이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온 것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이 회장의 답변 내용이 석연치 않았던 까닭이다.
대한체육회는 위기다. 체육계는 물론이고,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 언론 등이 모두 우려하고 있다. 출범부터 ‘보은인사’, ‘특정종교인맥’, ‘관료챙기기’ 등 인사난맥상으로 비판을 받았고, 올해초 평창올림픽에서 이 회장의 갑질파문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압권은 2018 국정감사를 전후로 고위임원의 러시아 곰사냥, 진천선수촌 음주파문, 챙기기 인사 등으로 대한체육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질타를 받았다. 이기흥 회장이 값비싼 최고급 골프장을 값싸게 이용하며 유력인사들을 접대했다는 탐사보도까지 나왔다. 가장 최근에도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와 인준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다 패소했다. 워낙 문제가 많아, 혁신을 위해 문제의 핵심간부들을 교체하라는 압력이 이기흥 회장에게 쇄도했다. 그런데도 이날 이기흥 회장은 사과는커녕 유감표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인사를 단행하고, 산하단체와 체육계 비리에 엄청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유체이탈화법’이 나온 것이다. 워낙 문제가 많기에 여기서는 이날의 화두였던 인사문제만 짚어보겠다. ‘나름 좋은 사람들을 뽑았고, 열심히들 했지만 일부 오해가 있었다. 좀 억울하지만 어쨌든 교체단계를 밟고 있는데 어떤 새인물을 뽑는지는 공개할 수는 없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잘 선별하고 있다.’ 이것이 이 회장 설명의 요지다. 그런데 이기흥 회장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뽑은 현재의 주요임원들은 정말이지 평가가 좋지 않다. 특정종교인맥으로 분류되는 ‘행정의 달인’은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사이를 악화시켰다. 심지어 국감장에서 ‘대한체육회에 근무하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명예퇴직 후 다시 대한체육회의 요직으로 돌어온 핵심인사도 국감장에서 ”명퇴금 1억 원을 반납 받도록 하라“는 구체적인 주문을 받았다. 국회의원으로부터 이런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다. 더한 얘기도 많지만 곧 떠나실 분들이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이기흥 회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인사의 최대 기준도 ‘전문성’이라고 했다. 또 이전과 같을까, 기자들은 걱정인 것이다. 혹시 이기흥 회장이 듣기 싫은 소리는 외면하고, 달콤한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은 것은 아닐까? 정치권 최고권력자들의 유체이탈화법은 그런 상황에서 나왔기에 기자들이 충고하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올림픽파크텔)=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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