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직장인은 피곤하다. 점심시간 밥을 잠과 바꾸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데 어디서? 문제는 장소다. 어디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 카페는 시끄럽고, 한낮에 숙박업소를 드나들기도 꺼림칙하다. 비용도 부담스럽다.

이같은 직장인의 욕구를 한방에 날려줄 ‘낮잠카페’가 일본에서 인기다. 점심 한끼 비용으로 샴푸서비스는 물론 쾌적한 공간에서 단잠을 즐길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비용이 들더라도 좋으니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샴푸하면서 잠들 수 있는 서비스나 점심을 겸할수 있는 낮잠카페 등 독특한 가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샴푸와 힐링 동시에=도쿄의 직장인 밀집지역 미나토 구의 한 샴푸 전문점에는 한낮 프로의 마사지 손길을 기다리는 남성 직장인들이 줄을 잇는다. 미용실로 등록된 이 가게 직원들은 모두 미용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오로지 샴푸와 두피 마사지만 제공한다.

매장 안에는 샴푸용 침상 3개가 줄지어 있고 각각은 커튼으로 분리돼 있다. 냉방 완비에 평화로운 힐링음악이 흘러 낮잠 자기에 제격이다. 기본 메뉴는 샴푸와 마사지 2종류. 10분 샴푸(1080엔ㆍ약 1만원), 5분 두피 마사지(540엔ㆍ5400원) 등 원하는 대로 결합할 수 있다. 지난 5월 개점 이후 1000여명 이상이 다녀갔고 이중 70%는 남성고객이었다고 점주는 말했다.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 초 샴푸 전문점을 찾은 한 회사원(남ㆍ43)은 “더운 날씨에 땀에 흠뻑 젖어 말끔히 하려고 들어왔다가 쿠션을 안고 침대에 누워 샴푸 서비스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져 의식이 희미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전용 ‘안심’ 낮잠카페=쾌적하고 안전한 낮잠카페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도쿄 치요다 구의 낮잠카페 ‘코로네’는 여성 전용이다. 이용료는 시간제로 10분에 160엔(1600원). 매장 안에는 샌드위치, 샐러드, 스프, 음료 등 별도의 카페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수면 후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고칠수 있는 파우더룸도 있다.

낮잠 공간은 17㎡ 공간에 침대 10개 들어가 있다. 각 침대마다 레이스 캐노피 커튼(침대 위부터 흘러내리는 커튼)이 설치돼 편안함과 로맨틱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하루 이용자는 40~50명으로 20~30대 직장인이 많다.

점주 츠카사키 사키코는 “수면으로 고민하는 여성은 많지만 어디서든 잘 수는 없다”며 “회사책상은 거부감이 있고, 그렇다고 공원벤치에서 잘 수도 없고, 커피숍은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잠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여성의 낮잠 서비스 수요가 적지 않다고 느꼈다”고 매장오픈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객들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낮잠카페에서 30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점심을 먹는다. 이용료는 낮잠ㆍ점심 세트메뉴에 850엔(8500원)이다.

▶캡슐호텔도 낮잠상품 출시=일본 특유의 ‘캡슐호텔’도 낮잠상품을 내놨다. 캡슐호텔이란 1인 숙박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하는 플라스틱제 침실 유닛을 겹쳐쌓은 저렴한 호텔을 말한다.

대형 캡슐호텔 체인인 퍼스트캐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에 500엔 상품을 출시했다. 목욕탕이나 샤워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통상 1시간 1000엔에 비하면 반값이다. 방은 4.4㎡로 작지만,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는 형상화했다. 인테리어도 청결과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워 여성 고객몰이에 나섰다.

회사도 낮잠 공간 마련에 동참하고 있다. IT기업 GMO인터넷은 회의실을 12시30분~1시30분까지 개방해 30개의 간이침대를 제공했다. 조명은 낮추고 라벤더 아로마 오일 향기로 숙면 분위기를 조성한다. 눈가리개와 귀마개는 덤이다.

더 나아가 IT컨설팅회사 휴고는 직원 전체에 ‘스페인식 낮잠’을 권하고 있다. 오후 1시~4시까지 각자 30분 정도 낮잠을 잘 수 있다. 낮잠 중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지금 낮잠 중이므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자동음성 기능까지 제공해 직원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나카다 다이스케 사장은 “낮잠은 머리를 상쾌하게 해 작업 생산성을 높인다”며 낮잠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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