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신약 라이선스 계약 체결 -2015년 한미약품 이후 매년 기술수출 계약 건수 늘어나 -업계 “자체 임상 어려운 현재로선 기술수출이 최선의 선택”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신약 후보물질들이 잇따라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 이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산 신약의 ‘떡잎’ 가능성을 보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우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1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지난 1990년대 후반이 돼서야 출발선에 섰다. 그렇게 투자를 한지 20년 정도가 되면서 기술수출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다.
▶유한양행, 얀센과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5일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인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저티닙은 경구용 3세대 EGFR TK(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 억제제다. EGFR TK 변이로 인해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결과에 따르면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 환자에게서 효능을 보이고 있다.
폐암 환자 대부분(85%)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인데 아직까지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한 개 정도다. 때문에 레이저티닙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이에 얀센 측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 5000만달러를 지불했다. 또 개발 및 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료로 최대 12억500만달러(1조4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가 맺은 기술수출 건 중 역대 두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 신약 ‘퀀텀프로젝트’의 계약 규모는 28억2400만유로(3조600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상황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 개발 단계인 약물에 5000만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한 것만 봐도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역대 두번째로 큰 계약 건수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미약품 ‘물꼬’ 튼 이후 매년 기술수출 이어져=이번 유한양행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기술수출은 최근 2~3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의 한 해를 보냈다. 3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6억9000만달러의 면역질환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7월에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치료제 ‘올무티닙’(7억3000만달러), 11월 사노피에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 지속형인슐린)’ 기술수출로 39억유로, 또 다시 11월 얀센에 지속형 비만-당뇨치료제를 9억1500만달러에 계약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후 올무티닙의 경우 개발이 중단되며 최종 6500만달러로 규모가 크게 줄었고 퀀텀프로젝트도 최초 계약과 달리 수정되며 28억2400만유로로 조정되었지만 한미약품이 당시 체결한 기술수출은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성과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미의 기술수출 소식은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큰 뉴스였다”며 “이로 인해 우리 제약산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 신약 개발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렇게 한미가 튼 기술수출 ‘물꼬’는 다른 제약사에게도 흘러갔다. 2016년 동아에스티는 애브비바이오테크놀로지에 면역항암제를 5억2500만달러 규모에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1월에도 뉴로보파마슈티컬즈에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를 1억8000만달러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제넥신, 한올바이오파마,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바이오기업들도 적게는 1억달러에서 많게는 5억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소식을 알려왔다.
특히 올해에만 1월부터 동아에스티 계약을 시작으로 SK케미칼, 크리스탈지노믹스, JW중외제약 그리고 이번 유한양행 계약까지 총 6건의 기술수출이 성사됐다. 이는 역대 최다 건수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의 가능성을 본 글로벌 제약사들은 때론 10%에 해당하는 계약금까지 지불하며 이 기술을 사가려고 하고 있다”며 “오픈이 되지 않은 계약 건까지 합치면 국내 제약사의 기술수출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개발에서 생산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 키워야=한편 이렇게 가능성 있는 좋은 후보를 자꾸 글로벌 제약사에 빼앗기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좋은 ‘떡잎’을 모두 기술수출하다보면 결국 국내사가 쥘 수 있는건 복제약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기술수출된 후보물질이 상업화 단계를 거쳐 국내에 다시 돌아올 때는 글로벌 제약사는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되파는 셈이 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에서 이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위라고 해봐야 1조를 넘는 것인데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실패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에 이런 비용을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국내사는 거의 없다보니 현재로서는 좋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술수출 노하우가 쌓이고 이를 통해 축적한 수익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 120년 역사에서 연구개발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 불과 20년 남짓밖에 안 됐다”며 “아직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글로벌 신약으로 키우기에 국내사의 능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