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주 52시간제 긍정적”…여가 ↑ -SNS 업무 지시, 재택근무 등 개선할 점 여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정모(33) 씨는 지난 7월부터 퇴근 시간이 조금 빨라졌다. 평소 7시쯤 하던 퇴근이 최근엔 6시로 당겨진 것. 무엇보다 상사의 눈치를 볼 일이 사라졌다. 주 40시간 근무를 철저히 지키라는 회사의 방침이 생긴 이후 변화다. 저녁 시간이 한 시간 더 생긴 정 씨는 취미 생활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 씨는 “저녁 시간이 더 생기니 ‘저녁에 뭘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얼마 전부터 너무 배워보고 싶었던 수영을 저녁마다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 직장인 김모(38) 씨는 주 52시간 시행 이후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평소 이른 출근과 늦은 출근을 반복한 탓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적었는데 이젠 출근시간이 빠른 만큼 퇴근 시간을 당길 수 있게 된 것.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다.

김 씨는 “과거엔 아무리 빨리 출근해도 퇴근 시간은 최소 6시로 정해져 있었는데 이젠 근무 시간을 따져가며 일하고 있다”며 “덕분에 저녁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아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8일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지 100일을 맞은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이른바 ‘워라밸’을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3.9%가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단축 근무를 시행하는 직장인(79.0%)과 정규직(76.5%)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단축 근무를 시행하는 직장인 가운데 51.3%가 실제 여가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여행 관련 카드지출액은 4.2%, 취미ㆍ오락은 3.1% 늘었으며, 주중과 주말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헬스는 15.3%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주중만 보면 17.3%나 증가했다.

연구원은 현재 ‘건강ㆍ휴식 활동’, ‘취미오락 활동’, ‘가사와 육아’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문화예술 관람’, ‘국내 관광’ 등을 여가활동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의 정착을 위한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근 이후에도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거나 재택 근무를 하는 등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28ㆍ여)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회사가 업무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휴게 시간’이 갑자기 생기고, 퇴근시간 이후 ‘무임금’으로 남은 잡무 등을 하고 있다”며 “주 40시간 이상의 노동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사의 꼼수를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주 52시간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과도기인만큼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에 대해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변화롤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되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