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72시간 휴전’ 출구 찾지만…아랍권 종파 갈등에 다른 목소리 침묵하거나 이스라엘 편들기도…4차례 중동전쟁과 판이한 양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4일(현지시간) 72시간 휴전에 전격 합의하는 등 가자지구 분쟁이 출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번 충돌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이스라엘 독립전쟁), 이스라엘은 이집트ㆍ요르단ㆍ이라크ㆍ레바논ㆍ시리아 등 결집된 아랍 세력에 맞서 싸웠다. 1967년 있었던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야 어찌됐건 아랍 각국은 이스라엘에 대항해 힘을 합쳤다.
그러나 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서 드러난 양상은 과거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랍 각국은 코란의 이름으로 하나되기보다 정치적 목적, 정파적 성향에 따라 분열됐다. 이 때문에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 나아가 일부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를 옹호하기보다 이스라엘 편에 섰다.
분열의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견제, 수니파-시아파 세력 간 종파갈등이 그것이다.
이번 가자지구 분쟁은 유대교와 이슬람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수십, 수백년 간 묵혀뒀던 아랍세계의 분열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 이집트 변수=중동 협상가로 활약하기도 했던 애런 데이빗 밀러 윌슨센터 연구원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아랍 국가들이 가자지역의 죽음과 파괴를 묵인하면서 하마스를 때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전에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분위기 조성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은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였다. 하마스는 무슬림형제단의 한 분파로,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지난 6월 집권에 성공한 압델 파타 엘 시시 정부로서는 같은 무슬림형제단의 세력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었다.
워싱턴 중동정책연구소 에릭 트래저는 CNN방송에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끌어내리고 정권을 잡았고 이번사태는 무슬림형제단과 연관된 실존한 분쟁”이라며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무슬림형제단인 하마스를 보기 원하지 않을 것이고 인접 영토에서 세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집트 정부가 무슬림형제단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집트는 엘 시시 집권 이후 가자지구의 국경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이 침묵하는 것도 무슬림형제단의 세력 약화와 중동정세 안정을 추구하는 이집트와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CNN에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UAE, 모두 하마스의 파괴가 역내 안정 뿐만아니라 내부적 안보에도 이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사우디와 이집트는 지금 이스라엘보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더 두려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아파의 이란, 돌아선 시리아=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TV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광견병에 걸린 개’ 등에 비유하며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은 “집단학살이자 역사에 남을 규모의 대재앙”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한편으론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슬람 세계는 팔레스타인의 무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하마스는 상당수의 무기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고 있기도 하다.
이란은 시아파지만 가자지구 사태를 통해 이슬람의 통합을 주장했다. 반면 시리아는 개입에 소극적이다. 시아파 정부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최근 재집권에 성공하긴 했으나 수니파 반군과의 지리한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난민의 수는 10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수니파 원리주의를 내세우는 하마스는 시리아 내전에서 공개적으로 수니파 반군을 지지했다. 아사드 정권이 하마스를 등진 이유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팔레스타인 내부적으로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다른 부분(정치세력) 사이에 잘못된 선이 그어져 있다”며 “수니파 대 시아파, 이란 대 사우디ㆍ아랍, 세속주의 대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포용하는 이들이 그것이다”라고 구분지었다.
▶하마스 지지하는 터키와 카타르=하마스가 아랍 주요국들의 지지를 잃었다고 해서 전부를 잃은 것은 아니다. 이란 외에도 터키와 카타르가 존재한다.
과거 카타르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지지한 바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정치인들의 망명자금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엔 카타르 국왕이 직접 가자지구를 방문, 하마스를 독려하고 2억5400만달러의 재건자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카타르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막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투쟁을 이끌고 있다.
터키도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해왔다. 지난해 터키는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얻고 있는 무르시 정권을 몰아낸 군부와 유혈사태를 비난했고 이집트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터키는 이번 사태와 관련 무슬림형제단의 분파인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보내며 카타르와 함께 중재에 나섰다. 한편으론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휴전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