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사안’ 많아 갈등 불씨 ‘과로사회 해소’ 긍정평가도 ‘근무혁신’ 노사정 힘 모아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미 근로시간 단축을 대비한 제도들이 시행돼 왔고 계도기간이어서 아직 큰 혼란은 없습니다.“(S사 대기업 직원)
“당장 일상 업무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앞으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예고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까요?”(L사 대기업 직원)
모호한 해석 기준 탓에 노-사 간의 갈등의 불씨를 안고 출발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출근일인 2일. 주요 대기업의 오전 풍경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을 서두르고, 오전 회의를 준비하는 등 평소같이 바쁘게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관련기사 3ㆍ4·6ㆍ14·19면 주요 그룹은 그동안 유연근로제, PC오프제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대비해 온 만큼 당장 가시적인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전격 시행 전부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빠르게 진행해 온 바 있다.
아울러 정부가 향후 6개월 간을 계도기간으로 삼고 단속을 유예키로함에 따라 기업들은 제도의 원활한 안착에 총력을 쓰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최장시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들 스스로도 노력 중”이라며 “이번 제도 시행으로 새로운 기준이 들어선 만큼 그에 맞게 근무 형태의 변화가 조금씩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계기로 기업들이 ‘스마트 워크’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은 “스마트워크를 유연근무제나 원격근무를 통한 업무시간 효율화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스마트워크의 진정한 의미는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 몰입도를 높여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이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시대에 OECD 최저 수준인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마트워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긍정적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이 노사관계에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법 위반 사업장 대표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한 근무 시간으로 인해 ‘줄소송’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서장이 소집한 회식이나 부서 야유회, 회사 체육대회 등에 대한 근로시간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시간 등 휴게 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외 출장 등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기업들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산업별 특성에 따른 법 위반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
제조 분야의 경우 계약 물량과 납기를 맞추다 보면 불가피하게 52시간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 진행 일정에 따라 근로시간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 정보통신(ICT)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혼란이 예상된다.
각 사업장 노조가 사측에 소득 감소분 보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직장인들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거나 늘어나는 것보다 자신의 소득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며 “야간 및 휴일 근로 등 잔업이나 특근시 받던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을지에 가장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연장근로 허용범위를 확대하고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늘리는 등의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로 사회를 해소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성급한 제도 시행으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며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의 명확한 기준을 다시 제시하거나 탄력근로제 적용시간 개선 등 추가적인 입법 조치가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