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대 대승에 16강 좌절에도 광화문은 ‘축제’ -후반전도 위기의 연속…추가시간 연이은 득점으로 반전 -떠난 자리 직접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여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 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열띤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 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열띤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90분의 기다림, 9분의 축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스포츠는 야구뿐만이 아니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28일, 2:0이라는 경기 결과가 전광판에 나오자 시민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대형 전광판에서는 경기를 마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울고 있었고, 예상 밖 대승에 응원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후반전 초반은 양측의 공방 사이 위기의 연속이었다. 후반 1분부터 정우영의 유효슈팅에 이어 곧바로 위기가 이어졌다. 독일의 레온 고레츠카가 헤딩슛을 시도하는 순간, 전광판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탄식을 내질렀다.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가 한차례 넘어갔지만, 놀란 시민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응원을 왔다는 지성호(41) 씨는 “전반에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지게 됐지만, 그만큼 더 떨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양측의 공방만으로도 명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온 대학생 박해원(24) 씨 역시 “전반과 달리 후반전 시작부터 독일의 늪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빨리 이승우가 들어와 분위기가 반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반 10여 분, 동시에 경기를 치르고 있는 스웨덴이 멕시코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민들은 더 가슴을 졸여야 했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이길 경우, 우리 대표팀의 승패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은 좌절되기 때문이다. 일부 응원객들은 큰 소리로 “스웨덴이 골을 넣어 큰일”이라며 응원 도중 아쉬움을 나타냈다.

후반전이 진행되며 대툐팀에는 악재가 겹쳤다. 구자철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이탈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보이자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를 바라봐야만 했다. 구자철 선수의 부상 소식에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관들의 눈도 일제히 전광판을 향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을 찾은 황준호(29) 씨는 “제발 패스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후반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지친 것 같아 불안하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진짜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부터였다. 후반 추가시간 4분 김영권이 코너킥 상황에서 절묘한 슛으로 첫 득점을 만들어냈고, 뒤이어 후반 8분 손흥민의 쐐기꼴이 터졌다. 연이은 두 골에 광화문 광장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직장인 김종민(31) 씨는 “중간에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남아있길 잘한 것 같다”며 “오늘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출근하더라도 전혀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승리를 자축하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등 깔끔한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환경미화원들의 손도 바빠졌지만,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된 길거리 모습에 미화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