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전자는 책임보험에 가입한다. 자동차 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위한 의무다. 평소 운전이 많거나 비싼 차를 몰거나 비싼 차들과 사고가 두려운 사람은 보험한도를 높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책임보험 가입차량은 2,148만대, 종합보험은 2,134만대로 자동차 보유는 곧 보험 가입이다.
이처럼 위험이 따르는 일을 할 때 우리는 보험을 통해 재난에 대비한다. 질병, 사망, 화재 그리고 은퇴 등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것은 인생의 숙제이지만 모든 숙제에서 만점을 받기는 어려우므로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보험을 든다’.
낮은 금리, 비싼 집값은 일해서 내 집을 장만하고 가정을 꾸리면 곧 행복이라는 상식을 위협한다. 여기에 대한 보험은 없을까?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려면 목돈이 필요하다니 우리는 결국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라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일은 다반사지만 내 돈이 들고 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사람들은 오늘도 소위 ‘비밀’ 주식, ‘좋은’ 펀드를 찾지만 유독 내 주위엔 없다. 마술 같은 투자 공식을 만들기만 하면 돈도 벌고 노벨상(경제학상일지 평화상일지 몰라도)도 받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천천히 생각해보자.
교차로를 앞둔 운전자가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것을 본다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필요하면 브레이크도 밟을 것이다. 투자에도 이런 감속수단이 필요한데 지난 달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상장한 VIX ETN이 바로 그것이다. 종목명에 VIX가 들어간 ETN들이다.
우리 회사는 QV S&P500 VIX S/T 선물 ETN (종목코드 550051)을 상장했다. 모든 ETN은 KRX의명명체계를 따르는데 QV는 회사 브랜드, S&P500의 변동성 VIX지수, 그리고 VIX선물 중 단기물(S/T: Short-term)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주식시장 하락이 염려될 때 선택은 주식을 팔거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반면, VIX ETN은 액셀에서 발을 미리 떼는 것과 유사하다.
올 2월 증시가 10% 가량 하락했을 때 미국의 VIX ETN인 VXX 주가는 위기의 정점인 2월 8일 55.24$를 기록 연말 대비 97.8% 상승했다. 시장 과열을 느낀 투자자가 수익난 돈으로 VIX ETN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장이 오르면 주식으로 수익이 났을 것이고, 장이 내리면 VIX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입원한 다음에 ‘보험에 들걸’하는 후회일수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VIX는 유효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공포도 전염되는 탓이다. 예컨대 지난 12일 2,468.83이던 코스피는 22일 2,357.22를 기록 열흘 새 4.5%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우리 회사의 VIX ETN은 15,665원에서 16,955원까지 올라 8.2% 상승했다. 만약 시장이 추가로 4~5% 조정받으면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VIX ETN은 더 급한 상승을 보일 것이다.
당사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주가가 내리는 날 VIX ETN은 시장의 4배 정도 상승하고, 주가가 오르는 날은 시장의 3배 가량 하락한다.
특히 주가 하락이 클수록 그 상승폭이 가속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대칭 구조로 부정적 상황에 수익을 내어 효용을 높이는 자산을 보험이라 한다.
VIX는 투자 직후 시장 급락이 없으면 시간과 함께 가격이 내려 장기 투자는 절대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험을 가입할 때 반드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겠다 생각지 않듯 주식에서 수익을 낸 뒤 여유가 있을 때 수익금 일부로 VIX ETN를 산다면 주가 하락에 대한 보험이 된다.
좋은 운전수는 브레이크를 자주 쓰지 않는다고 들었다. 투자자들의 부드러운 투자에 이번 VIX ETN들이 도움을 주길 바란다.
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