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법적·제도적 쟁점 -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의료법상 의료행위 ‘애매모호’ 보험·스타트업 신규진출 제약 합리적기준 위한 실질지침 필요
문재인 케어(Care)’로 대표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최소한의 재정 부담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통한 의료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 해당 산업의 신규 진출이 어려워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법 위반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설정과 함께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헤럴드 금융포럼에서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진입의 법적 그레이존’에 따르면, 최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료 중심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적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명연장 넘어 건강한 노후 중요=한국 사회는 지난 2000년 65세 인구가 7%를 초과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7년 만인 지난해 고령사회(14%)에 진입했고, 이후 9년이 지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1%)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금융소비자들도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2.7%에 달했다.
▶의료법 ‘의료행위’ 애매모호=이같은 헬스케어 서비스의 높아진 수요에도 이 서비스가 활발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양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새로운 건강관리서비스가 기존의 법령에 저촉되는지 불명확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및 시장 확대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명확한 의료 행위에 대한 정의 없이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하는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의료행위를 상당히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행위를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행위 뿐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포괄하고 있다. 여기에 의학발달 및 사회발전에 따라 의료행위의 기준이 변할 수 있어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규제 당국인 보건복지부에서는 가정용 측정기 등 평소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혈압이나 혈당, 지방 측정 등을 해도 진단 혹은 진단 보조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상식적으로 의료인이 하지 않아도 될 업무까지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합리적 기준 필요=이에 따라 의료행위와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양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연구위원은 “현행 의료법은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그레이존’이 많아 시장 참여자들의 접근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라며 “의료기기와 웰니스 제품을 구분한 가이드라인처럼 의료와 건강관리 영역 간 구분을 명확히 한다면 신규 시장진입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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