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독도, 중·일 센카쿠 영토분쟁… 난징대학살·731부대 생체실험 핏빛 역사 정치·경제 등 끝나지 않을 동북아 갈등

#. 도쿄대첩. 1997년 9월28일 이듬해 열리는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을 앞두고 일본 도쿄에서 한일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열렸다. 당시 후반전 종료 5분여를 앞두고 수비수 이민성의 25m 중거리 슛으로 일본에 역전승해 월드컵 4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말도 이 때 처음 나왔다.

도쿄대첩은 한일 양국의 갈등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신(新) 삼국지’로 불리울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중일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영토’ 문제다.

섬나라 일본의 대륙 진출 야욕과 동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중국의 영토 확장으로 한반도는 늘 희생양이 됐다. 결국 20세기에는 미국,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한반도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영토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독도를, 중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댜오위다오는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중국이 발견한 섬으로 기록돼 있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방치해오다 1969년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되면서 뒤늦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독도는 실효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땅이지만 일본이 한국전쟁을 틈타 자국 영토로 주장하면서 분쟁 지역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고구려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고 시도하는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가장 민감한 역사 문제는 삼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저지른 일본의 만행이다. 일본은 전쟁을 핑계로 한국과 중국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가 성 노예로 만들었고, 중국 패잔병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여성과 어린아이까지 30만명을 무참히 살해한 난징대학살은 20세기 가장 잔혹한 반인도주의 범행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마루타’로 알려진 731부대 생체실험은 일본이 감추면 감출수록 증언들이 쏟아져 나와 한국과 중국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른 나라에 군대를 보내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인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북아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역사적 갈등은 사회, 문화 분야로 이어진다. 일본 극우세력의 ‘혐한(嫌韓)’ 시위나 중국의 ‘반한(反韓)’ 시위가 대표적이다. 민족성이 강한 우리나라도 유사한 기류가 있다.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어는 일상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시중에선 “전 세계에서 일본을 비난하고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특히 한중일 스포츠 시합은 ‘총칼’만 안 들었지 전쟁 수준이다. 한일전 축구경기는 유럽 그 어떤 축구경기보다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지는 팀은 전 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패배의 책임을 물어 감독이 사퇴하는 일도 빈번하다. 과거 체육계에서는 한일전을 앞두고 ‘일제의 만행’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해 정신력을 다졌다는 소문도 있다. 한국과 일본보다 실력이 다소 쳐지는 중국은 ‘공한증(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