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풍조 근절 캠페인 누그러지자…올해 부호 소비자물가지수 4% 상승
상하이 탕천별장 34.2% 치솟아…경호원 비용도 전년대비 11% 올라
비싼상품이 가장 좋다는 인식 탈피…중국 부자들 합리적 소비 추세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부호들의 소비가격을 지수화한 ‘부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호화주택, 요트와 개인 전용기, 교육비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중국 지도부의 사치근절 캠페인으로 고급 주류, 자동차, 호텔투숙비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 계층이 늘면서 골프회원권 가격이 올랐으며 신변안전을 위해 경호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호원 비용이 11%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부호CPI 4.0% 상승=중국 부호들의 재산 등을 조사하는 후룬(胡潤)연구소가 최근 ‘2014년 부호 소비자물가지수’(Luxury Consumer Price Index 2014)를 발표했다.
중국 부호들의 소비와 관련이 있는 고급 주택, 자동차, 개인 전용기, 요트, 명품시계, 장신구, 고급 가구, 교육비, 여행, 외식 등 97개 항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물가수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개 항목이 늘었다. 새 항목 중에는 경호원, 집사, 태반주사 등이 포함됐다.
97개 항목의 2013년 6월과 2014년 6월의 시장가격을 비교한 결과 올해 부호 CPI는 4.0% 올랐다. 부호 물가지수가 4.0% 상승했다는 것은 상류생활과 관련된 이들 97개 소비항목의 시장가격이 지난해 6월1일부터 1년동안 평균 4.0% 올랐다는 의미다.
지난해 부호 CPI 상승률은 1.5%였다. 올해 부호 CPI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부정부패 척결·낭비 및 사치풍조 근절 캠페인의 칼바람이 올들어 누그러들어 부자들의 소비가 살아난 데다 환율 변동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올 5월과 6월 중국의 일반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폭은 각각 2.5%, 2.3%로 사치품의 가격상승폭이 일반 소비품목 가격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97개 항목 가운데 가격이 올라간 항목은 49개였다. 13개는 지난해보다 떨어졌고 나머지 35개는 지난해와 같거나 거의 비슷했다.
상승폭이 가장 큰 3개는 상하이의 탕천(湯臣)별장, 시바스리갈 18년산, 아들러(Adler)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탕천 별장은 34.2% 오른 2500만위안(약 41억4250만원), 시바스리갈 18년산은 29.6% 오른 788위안(약 13만5000원), 아들러 목걸이는 27.7% 오른 4만6000위안(약 762만원)이었다.
하락폭이 가장 큰 3개는 상하이(上海)의 저녁 연회(宴會)비, 중국의 고급 바이주(白酒·고량주)인 마오타이(茅台)와 우량예(五粮液)였다. 상하이의 고급 연회(宴會) 비용은 테이블당 평균 1만750위안(약 178만원)으로 -40.4%, 마오타이 비천(飛天)의 가격은 1280위안(약 21만원)으로 -32.6%, 우량예 노주(老酒) 가격은 2399위안(약 39만7000원)으로 -17.2%를 각각 기록했다. ▶호화주택, 요트와 전용기, 교육비가 상승을 견인=올해 부호 CPI 상승에 가장 기여도가 큰 항목은 호화주택, 요트·개인 전용기, 교육비였다.
매년 부호들의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품목은 달라진다. 지난해의 경우 여행, 화장품, 자동차였고 2012년은 여행, 고급 주류· 담배, 교육이었다. 2011년은 요트와 개인전용기, 피부보호 화장품, 호화 주택이었다.
호화주택은 올해 12.6% 상승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역시 사치생활은 호화주택을 구매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장 상승폭이 큰 호화주택은 상하이의 탕천별장으로 350㎡ 규모가 2500만위안에 달했다. 이는 작년보다 34.2% 오른 가격이다.
또 상하이의 278㎡ 짜리 고급아파트 가격은 작년보다 250만위안 오른 1400만위안(약 23억2000만원)에 달했다. 항저우(杭州)와 난징(南京)의 호화주택 가격 상승폭은 14%였다.
요트와 개인 전용기는 평균 6.5% 올랐다. 영국의 럭셔리 요트업체 ‘선시커(Sunseeker)’의 28m 짜리 요트 가격은 작년에 비해 14.6% 오른 5800만위안(약 96억1000만원)에 달했다. 미국 걸프스트림(Gulfstream)사의 자가용 비행기 ‘G550’의 올해 가격은 5.4% 오른 4억위안(약 662억8000만원)에 달한다. 요트와 개인 전용기는 3년 연속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교육비는 5.6% 상승했다. 작년 2.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영국과 미국의 유학비용은 상승폭이 컸다. 예를 들어 영국의 여자 기숙 중학교의 1년 학비는 30만위안에서 36만위안(약 5965만원)으로 올랐다.
▶골프회원권, 경호원 가격도 올라=레저 관련 비용도 골프의 영향을 받아 4.7% 올랐다. 경제성장으로 골프를 즐기는 계층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서산골프장의 입회비는 작년 230만위안에서 270만위안(약 4억4700만원)으로 올랐다. 광둥성(廣東)성 선전에 있는 관란후(觀瀾湖)골프장의 최상급 회원권 가격은 전년보다 9.1% 비싸진 216만위안(약 3억5800만원)에 달했다.
경호원을 쓰는데 드는 비용도 올라 눈길을 끈다. 경호원 가격은 지난해 36만위안보다 11% 오른 40만위안(약 6628만원)으로 조사됐다.
미용·성형 비용도 최근 몇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피부노화를 방지해주는 콜라겐 주사 가격은 9200위안(약 152만원)으로 전년보다 26% 올랐다. 혼례비용도 조금 상승했다. 500명의 하객을 초청해 결혼식을 올리는 비용은 82만위안(약 1억3580만원)으로 전년보다 3.5% 상승했다.
▶고급 주류와 자동차는 안정세, 호텔비는 떨어져=시진핑 정권의 사치·낭비 풍조 근절에 따라 고급 주류와 담배, 고가 자동차 가격은 제자리 걸음이었고 호텔 투숙비는 내렸다.
고급 주류와 담배 가격의 상승폭은 0.7%였다. 특히 중국의 고급 바이주(白酒) 가격은 양주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예를 들어 ‘마오타이’ 평균가격은 1900위안에서 1300위안(약 21만5000원)으로 하락해 전년보다 32.6% 떨어졌다. ‘우량예’도 2900위안에서 2400위안(약 39만7000원)으로 하락했다.
고가 자동차 가격 역시 안정세다. 0.2% 상승에 그쳤다. 가장 상승폭이 큰 차종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었다.랜드로버의 SUV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전년보다 10.5% 상승한 200만위안(약 3억3140만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 7년동안 연속 상승했던 ‘포르쉐’는 올해 처음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하락폭은 13.4%에 달했다.
고급호텔 투숙비는 작년보다 0.7% 떨어졌다. 상하이 와이탄(外灘)의 ‘왈도프호텔’의 하루 투숙비용은 전년보다 15.5% 떨어진 1만1000위안(약 182만원)이었다.
후룬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후룬리포트의 발행인인 후룬(루퍼트 후게베르프)은 “지난해 ‘투하오(土豪·졸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중국 부자들이 돈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쓰려는 경향이 커졌다”면서 “중국 부자들이 비싼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급브랜드들이 받는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