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간신히 목만 축이며 4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곳에 ‘엄마부대 봉사단’이라는 보수단체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러더니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한바탕 시위를 벌였다. 이틀뒤에도 소동은 재현됐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이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대를 발로 차고 넘어뜨리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어쩌면 단식농성장과 시위 현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될 수 있다. 자신의 의사를 반영키 위해 농성을 할 수도, 시위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조용한 반대 시위는 상관없지만, 물리력을 동반한 소란은 심하다고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눈살을 찌푸렸으니, 일부 보수단체의 행동은 과한 측면이 분명 있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일련의 소동은 참척의 고통 속에 단식까지 감행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는 일이다.실제 하루에도 몇 번씩 단식 농성장을 찾고 있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의 의사자 지정 등이 부당하다고 이같은 소동을 피우고 있다.
대학 특례 입학 지정 등 국민들로서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여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자유 민주주의 나라에서 그런 의견은 충분히 공론화될 수 있다.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이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법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측이 “가족들이 낸 특별법안에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화내지 말고 법률안을 제대로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 읍소(?)는 일부 보수단체에겐 여전히 ‘소 귀에 경 읽기’로 들리는 것 같다. 23일에도 단식 농성장 건너편에선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가 열렸다.
자유 의사는 건전하게 내놓되, 맞불시위의 목적이 상대방 가슴을 후벼파는 치졸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