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땅, 북극에 위치한 스피츠베르겐섬 지하 깊은 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자저장고가 있다.
이 저장고는 2008년 유엔 산하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각종 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농작물 멸종 위험으로부터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 혹은 ‘인류 최후의 보루’라고 불린다.
지난 2015년 내전으로 유실된 시리아산 종자 재건을 위해 이곳에서 3만 8000여개의 종자표본을 처음으로 인출하기도 했다.
종자는 식량자원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우수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독일 제약업체인 바이엘은 2016년 세계 최대의 종자회사 ‘몬산토’를 660억 달러라는 거금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수산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래 식량확보의 핵심 영역이 될 양식산업에서는 수산종자의 중요성이 특히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의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1960년대부터 40년간 종자 개량연구에 박차를 가해, 작년 한 해에만 100만 톤, 총 8조 7900억 원 규모의 연어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역시 1970년부터 참다랑어 종자 연구를 시작해 세계 최초로 완전양식에 성공하고 100여개 품종의 종자 기술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중국 또한 ‘해양생명공학 819 계획’에 따라 잉어, 새우, 전복, 해삼 등 고부가가치 품목 종자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해양수산부 역시 지난 2013년부터 ‘골든 씨드 프로젝트(GSP)’ 사업을 추진하는 등 종자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2021년까지 748억 원을 투입해 넙치, 전복, 김 등 주요 양식품목 우량종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반 넙치보다 성장속도가 30%나 빠른 ‘킹넙치’, 몸 전체가 화사한 황금색을 띠는 ‘황금넙치’ 등 우수한 양식품종을 개발해 총 21건의 품종과 55건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지난해에는 넙치, 전복 등의 수산 종자 수출액만 14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등 수출 효자로 톡톡히 자리를 잡았다.
수산종자의 체계적인 육성 및 지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수산종자산업육성법’을 제정하였으며, 올 상반기에 이를 바탕으로 수산종자 기술개발,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이 담긴 수산종자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품종 심화 연구 등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3일 전남 해남에서 전복종자보급센터와 해조류연구센터가 오랜 준비를 마치고 공식 개소했다.
앞으로 두 센터에서는 육종 신품종의 효율적인 보급 및 산업화를 위한 연구와 종자 현장보급, 현장 모니터링, 기술이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전복과 해조류는 최근 웰빙식품 선호 추세에 힘입어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품목으로, 어가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존 전복보다 성장속도가 빨라 사육기간과 생산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신품종인 ‘킹전복’ 브랜드 선포식과 전복 유생 전달식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얼음의 땅 밑에 보관했던 종자가 전쟁으로 상처 입은 시리아의 땅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었듯, 우리의 미래를 지켜 줄 ‘종자’의 가치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수산양식분야에서 미래 식량 생산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종자를 확보해 세계 종자시장을 석권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도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