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업에 의존한 지표성장일뿐 기업·민간·중기·자영업 모두가 ‘울상’

수출 중심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기개선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못하는 가운데 쌀 등 곡물을 비롯한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서비스료 등이 들썩이며 서민경제가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특히 민생안정에 가장 필요한 일자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체감물가까지 들먹거려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실질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일자리ㆍ소득주도 성장정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전체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공급 불안 및 비용 증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개선에도 민간소비 등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 전체 물가는 1%대를 유지했지만, 공급이 불안한 일부 농수산물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비스료 등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기업과 가계의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이에 수반해 물가가 오르고, 이에 대응한 생산이 활기를 띠면서 확대재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경제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매우 미약하거나 거의 관찰되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등 수출 중심 대기업에 의존해 지표상 성장이 이뤄지면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3%대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장 체감도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과거 경제ㆍ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7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이나, 지난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48.1%로 역대 최저수준에 머문 것이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경제저변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경기개선을 체감하기 어렵고, 가계는 부채부담과 노후불안 등으로 지갑을 닫은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은 매우 낮은 상태다. 계절적 변동이 크거나 국제시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3%에 머물렀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5년 2.2%를 고점으로 2016년(1.6%)과 지난해(1.5%)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둔화추세를 보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2015년 2.4%를 고점으로 2016년엔 1.9%, 지난해엔 1.5%로 낮아진데 이어 올 3월에는 1.4%로 역시 둔화추세가 지속됐다.

이처럼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낮은 상태에서 공급요인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오를 경우 그 체감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쌀을 비롯한 곡물류와 무, 오징어, 감자 등 일부 농수산물은 공급물량 감소 등으로 20~40% 급등했고, 빵과 오징어채와 같은 가공식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사도우미료와 공동주택관리비 등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비용증가로 가격이 급등했다.

결국 여전히 불안한 고용시장, 체감경기와 무관하게 오르는 일부 생필품 가격 등으로 민생고통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전체물가의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강세품목에 대한 안정대책과 물가감시를 강화해 체감물가를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 비축물량 600톤을 탄력 방출하고 농협의 주말 할인판매를 지속하는 한편, 상반기 중 김밥과 치킨 등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요인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이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준 기자/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