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시내서 우연히 만난 도보여행 안내부스…서울 추억 생각나 건축투어 덜컥 신청 성당 · 극장 등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가이드 맛깔난 설명에 색다른 매력물씬 관광지 · 대중교통·쇼핑센터 모인 서울…스토리있는 도보관광상품 개발했으면…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때는 원어민 영어교사로 일하기 위해 방문했던 2002년이었다. 아시아 국가에 대한 여행경험이 전혀 없었던 이 캐나다 ‘촌놈’에게 한국은 놀라움이었다. 한국은 너무도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었고, 이런 매력에 푹 빠져 살다 보니 1년 계획으로 간 한국생활은 8년 넘게 이어졌다.

캐나다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한국을 잊을 수 없었고 한국의 멋진 매력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관광공사 토론토지사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여러 매력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서울시내 도보여행’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온갖 물건을 죄다 파는 남대문시장부터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패션거리 명동, 서울의 중심 광화문과 경복궁 그리고 고풍스러운 삼청동, 인사동, 북촌한옥마을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하나의 동선 상에 이어져 이 모든 곳을 걸어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서울시내는 그야말로 도보여행의 천국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지하철까지 보태면 서울시내 구석구석 정말 못가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유명 관광지를 가보려면 자동차로 꽤 많은 시간을 달려야 하는 캐나다와는 달리,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근거리에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한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였다.

캐나다 토론토에도 이런 매력은 없을까 생각하던중 시내중심부인 던다스(Dundas)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무료 도보여행’이라는 안내부스(www.downtownyonge.com/DiscoveryTours)를 발견했다. ‘Free Discovery Tour’라는 이름으로 토론토시내 상인회가 운영하는 이 투어는 6월2일부터 8월29일까지 매일 오후 3시에 1회 씩 실시되고 있는데, 가이드와 함께 토론토 시내 중심을 걸으면서 오래된 교회나 유명카페, 극장 등에 대해 재미난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문득, 서울 길을 걷던 추억이 생각나 건축물 투어와 음악투어 중 건축투어를 택했다.

출발은 던다스광장이고, 가장 큰 쇼핑센터인 이튼센터(Eaton Centre), 북미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인 하드락카페, 토론토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시네토(Senator), 에드머비쉬 극장(Ed Mirvish Theatre), 토론토 초대시장의 사택이자 현재는 역사박물관인 멕켄지하우스(Mackenzie House), 성마이클성당,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 격인 매세이홀(Massey Hall)과 엘린-윈터 가든(Elgin & Winter Garden)극장을 거쳐, 구시청과 신시청사 등을 한바퀴 둘러보는 코스였다.

지금은 법정으로 이용되는 토론토 구시청 건물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1899년 석조로 지어진 이 건물은 11년이 걸렸고 당초 계획의 4배나 되는 예산을 쏟아부어 당시 시의원들의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설계자였던 레녹스(E.J.Lennox)는 건물에 자기 이름을 공식적으로 새겨 넣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한국 속담처럼 그는 건물 상단 둘레를 돌아가면서 자기 이니셜을 몰래 새겨 넣었는가 하면, 정문 입구 기둥에는 자기를 조롱했던 시의원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 조각으로 표현했고, 자기 얼굴만 슬그머니 정상적인 얼굴로 만들어 두는 익살을 부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런 스토리는 방문객의 관람을 더욱 흥미롭고 매력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토론토에는 랜드마크인 553.33m짜리 ‘CN타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의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관광의 다양한 매력과 아기자기함에 있어서는 서울에 비해 빈약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토론토에도 서울의 매력을 느낄 도보여행 코스가 마련돼 너무도 기뻤다. 내 고국에서 맛본 서울같은 도보투어는 만족스러웠다.

시내 이곳저곳을 걸으며 카페, 성당, 극장 등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다보니 수십년 동안 바로 옆에 두고서도 느끼지 못했던 토론토시내의 새로운 매력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고, 토론토는 밋밋하고 별로 볼거리가 없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최근 사람들의 여행성향은 단체ㆍ패키지 관광에서 개별여행으로 급속히 바뀌는데, 서울도 아예 도보관광 코스를 상품화하면 좋을 것 같다. 서울은 많은 관광지와 함께 쇼핑센터와 대중교통시설, 잘 구비된 도로 표지판과 관광안내시스템 등 개별 여행객들이 관광하기 좋은 최적의 도시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가이드를 붙여 시내 도보여행을 활성화시킨다면 한국관광의 한차원 높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다시 찾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글=랜디 스네이프(Randy Snape) 한국관광공사 토론토지사 마케팅매니저 /randy@knto.ca

사진=랜디 스네이프 &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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