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돈은 있는데 돈이 없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주식·부동산시장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단기부동자금이 72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말보다 약 20조원이 늘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2년 12월 이후 1년 5개월동안 단기부동자금이 67조6053억원이나 증가했다.

자산가들이 장기 투자보다는 현금 보유와 단기금융상품을 선호하면서 단기 부동화(浮動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경환 경제팀이 가계와 기업 자금의 불안심리를 해소함으로써 장기 투자 및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대기성 자금)은 5월말 현재 724조9872억원으로, 작년말 705조7657억원보다 19조2215억원이 증가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통상 현금통화와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금융기관에 맡겨진 1년 미만의 수신성 자금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현금통화(현금)는 5월말 현재 56조9413억원(이하 평잔 기준)으로 57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작년말 53조3162억원에 비해 3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MMDA와 MMF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5월말 기준 MMDA와 MMF는 각각 34조46283억원, 50조6023억원으로 작년말보다 8조2928억원, 6조3697억원이 늘었다. 이 상품들은 금리가 연 1~2%에 불과하지만 자유롭게 뺄 수 있어 현금에 준한다.

시중 자금이 현금 보유와 단기금융상품으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2012년 이후 박스권에 갇히면서 만기가 짧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 등에 투자가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금융회사들의 단기 상품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주는 등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관련 기준을 강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2년 12월 이후 1년 5개월동안 단기부동자금은 모두 67조6053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5월에 신고ㆍ납부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지난해 발생한 금융소득분(귀속분)부터 적용되면서 작년 한 해 동안만 48조3000억원이 단기부동화됐다. 실제로 작년 12월 말 기준 계좌당 잔고가 5억원이 넘는 저축성계좌는 10만8010개로, 1년전과 비교해 1만2000여개가 감소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빼, 분리과세형 상품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안정세를 보이던 단기 부동자금이 2013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 가계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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