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국내 시장에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불과 2년 전만해도 ‘틈새시장’ 불과했지만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협소함을 감안할 때 해외투자는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상반기 침체된 자본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활성화다. 국내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총 5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고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도 1조3000억원이 줄었지만 해외주식 ETF로는 2685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해외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간접투자 대신 ETF를 통한 직접투자가 더 인기를 끈 것이다.
특히 ‘해외 직구(直買)’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해외주식에 직접투자한 자금은 35억2000만달러(3조6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수치다. 2012년 연간 29억1000만달러였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지난해 56만3000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것과 달리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눈을 해외로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예탁결제원이 주요 37개국에 대한 외화증권예탁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증권사가 발 빠르게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해외투자가 이전보다 용이해진 점도 해외로 나가는 자금이 늘어난 이유다.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2%에 불과한 한국 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투자 패턴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역에 투자가 몰리면 해외투자로 인한 지역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전체 해외주식 직접투자 자금의 70% 가량이 미주 주식에 몰렸다. 이어 아시아지역이 21.6%를 차지했다.
기존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는 줄었단 점에서 해외 투자가 실제로 늘었다고 볼 순 없단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는 “해외 직구가 많이 늘긴 했지만 해외펀드는 별로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며 “해외투자가 대규모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간접투자가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접투자의 발목을 잡는 건 정보부족과 지난 트라우마다. 박경희 삼성증권 강남 제1권역장(상무)는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해외투자에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중국 등에 투자했다 크게 실망한 투자자들이 지역분산 효과를 불신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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