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
고승희=해야할 말을 하지 못하는 방송, 해야할 말 대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방송 ☆
정진영=브라운아이드걸스가 부릅니다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
▶ KBS ‘추적60분’
고승희=사장님 사라진 한 달, 조금은 달라졌다 ★★★
정진영=민감한 이슈를 다룬 편의 잦은 불방…과연 우연일까 ★★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고승희=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얄팍하고 찜찜하다 ★★☆
정진영=결론은 가끔 엉뚱한데 말입니다. 파급력ㆍ아이템은 진짜… ★★★☆
지상파 방송3사 시사교양프로그램(PD수첩, 추적60분,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평균 20여년의 장구한 생명력으로 ‘시대의 마지막 입’를 자처하며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한 권력집단의 치부를 고발해왔다. 한 때는 세 편의 프로그램이 다루는 아이템도 균형이 맞았다. 거시적인 주제부터 미시적인 주제까지 이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춰 소화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사 저널리즘’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기간 3사 시사교양은 매서운 눈보라를 견딘 인동초처럼 굳건했다.
방송3사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현재는 참담하기 그지 없다.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할 뿐, 존재감은 미미하다.
MBC와 KBS 시사교양국 관계자들은 양사의 시사저널리즘 추락과정을 흔히 두 단계로 꼽았다. 각사의 탐사보도팀을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이 줄폐지(MBC ‘후 플러스’ㆍ ‘김혜수의 W’, KBS ‘시사투나잇’ 등)되며 틀을 무너뜨린 뒤 시사프로그램의 기능을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정권 눈치보기가 시작되자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템”은 당연히 불방됐다. 그 사이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막강한 팬덤을 구축하며 자리를 지켰다.
▶ 탐사 저널리즘 ‘PD수첩’의 추락=지난 1일 MBC ‘PD수첩’이 초라하고 조용한 1000회를 맞았다. 2010년 20주년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PD수첩’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이 프로그램은 1000회 특집으로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을 3주간 방송했다. 과거 ‘PD수첩’의 명성을 떠올린다면 도처에 널려있는 중대사안을 눈 감아버린 단적인 예였다.
‘PD수첩’의 추락은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PD수첩’은 우리나라 주요 이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탐사보도 저널리즘으로 시대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이는 제작진의 문제라기 보다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영진의 마인드가 보도 프로그램의 색깔을 결정한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하고, 정권지향적인 입장에 서며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당시 ‘PD수첩’의 최승호 PD를 비롯해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했던 PD와 작가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전출됐고, 이후 제작진이 내놓은 아이템은 수시로 검열됐다. 공정성을 담보할 최후의 보루 격인 제도적 장치(국장책임제)가 사라지고, 일선 PD들의 아이템 검열이 극에 달하는 시간을 반복해오자 현재의 ‘PD수첩’은 자기검열에 매몰된 상태다.
‘PD수첩’을 연출하고 있는 한 PD는 “검찰, 국정원, 장관 인사는 다루지 못하는 1000회다. 어차피 다루지 못할 바엔 프로그램이 존속이라도 할 수 있는 무난한 아이템이 낫지 않겠냐”며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 긍정적인 변화 KBS ‘추적60분’=불과 몇 달 전까지도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미 지난 5월 ‘KBS 사태’로 안팎이 시끄러울 당시 ‘추적60분’을 담당했던 모 CP(책임 프로듀서)는 “보도뿐 아니라 제작부문에서도 길환영 사장의 개입 사례는 늘 있었다. 공영방송 최고 수장이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KBS2 ‘추적60분’에선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제작환경은 아이템을 발굴해도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져 무언가를 시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어차피 보도되지 않을 거란 판단이 만든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분위기다.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는 아이템은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비판적인 아이템을 다루면 윗선에서 혼나지 않을까 싶은 찜찜함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재는 “KBS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한다”는 이 관계자는 “PD와 기자들이 더 공정하게 방송을 해야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어느 편의 이야기도 신중하게 들으려 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추적60분’은 ‘내가 내는 등록금의 비밀’(6월7일)을 통해 수원대학교의 사학 비리를 다루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둘째딸의 수원대 교수임용 특혜 의혹을 폭로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3일 앞두고 극적으로 정지된 대구 황산테러 사건을 다룬 ‘마지막 단서, 태완이 목소리’(7월5일)도 15년 전 미제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호평받았다. ‘내가 내는 등록금의 비밀’ 편의 방송 이후 김 의원은 제기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날 ‘추적60분’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여론을 형성한 방송이었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구조 방식과 지배구조의 개선”(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이라고 강조하는 의견은 이 때문에 나온다.
▶ 역할 고민 사라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PD수첩’과 ‘추적60분’이 자리만 지키고 있을 당시 방송3사의 입을 대표한 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지난 한 해 프로그램은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 스캔들’ 편 등 다수의 아이템을 통해 탐사보도 반열에 올랐다. 종교, 사회이슈, 미제사건 위주로 접근하는 흥미로운 아이템 선정으로 정통 탐사보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많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유명무실해진 사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켜온 자리의 힘은 컸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론 믿기 힘든 ‘팬덤’도 형성됐다. 존재감과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그럴지라도 ‘존재의 힘’이 반드시 내실과 관계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에도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형제복지원’ ’, ‘세월호 침몰 사고의 불편한 진실1’을 통해 ‘공분’을 건드렸고, ‘일베와 행게이’, ‘48인의 도플갱어’ 편을 통해 아이템의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최근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역할론’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의 특장점인 재연기법을 통한 스토리텔링, 쉬운 우리말의 사용, 정치권마저 탐내는 특급MC 김상중의 반전 진행을 빼놓으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의혹 제기에만 그치는 맥 없이 흐르는 결말과 ‘심층취재’라는 말이 무색한 얄팍한 깊이(일베와 헹게이, 유병언 왕국의 미스터리, 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2)가 실망감을 주고 있다. 미제사건을 다룰 때에도 미스터리 분위기를 극대화한 ‘미드(미국드라마)’ 식 구성을 통해 ‘극적 반전’의 묘미를 주는 연출이 더 빛을 발한다. 꽤 오래 외풍에는 굳건한 듯 보였으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지난 5월 아이템 연기(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2) 사례도 있었다.
과거 ‘PD수첩’은 볼테르의 경구를 새기고 있었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사상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서 싸울 것이다”라는 문구다. ‘우리 시대의 입’을 자임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가져갈 법한 가치이지만, 더이상 할 말은 하지 않는 이들의 현주소를 ‘대한민국을 비추는 거울’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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