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신발 브랜드 ‘톰스슈즈(TOM’s shoes)’.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뜻을 가진 이 브랜드의 성공은 바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착한 소비’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이러한 착한 소비를 자극하는 착한 캠페인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일기획이 전국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윤리적 기업 제품은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응답이 71%, ‘조금 비싸도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응답률이 54%에 달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착한 소비를 자극하는 ‘착한 캠페인’은 기업은 물론 소비자와 사회 전반에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모든 ‘착한 캠페인’이 성공하지는 못한다. 어떤 캠페인은 기억되고 성공하지만, 또 어떤 캠페인은 잊혀지고 실패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착한 캠페인’의 성공 방정식에 대해 알아보자
▶나눔과 이기심의 간극을 메워라=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은 계산적이고, 귀찮은 것에 질색하며 의심이 많은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 시행하는 착한 캠페인은 ‘나눔’과 ‘이기심’의 간극을 메우는데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아무리 순수한 목적이라도 성공시키기 위한 과정 만큼은 물건을 파는 상업적 캠페인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지니기 때문이다. 즉 물건이 잘 팔리기 위해 필요한 구매욕구, 쉬운 접근성, 그리고 즉각적인 보상이라는 세 가지 조건은 착한 캠페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최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폴란드 적십자사의 결식아동을 위한 기금모금 캠페인이 좋은 예다. 폴란드 적십자사는 70만명이 넘는 자국 내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기부를 받았지만 모금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4곳의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후 접시 위에 포크와 나이프를 십자(+)모양으로 겹쳐 놓기만 하면 음식값에 더해 5 폴란드 즈워티(약 1750원=한끼 급식비)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였다면, 그 행복을 조금만 나눠보면 어떨까요?” 라는 아주 간단한 캠페인의 메시지는 이내 폴란드 전역에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Very Good Manners’라고 이름 붙여진 이 캠페인은 이후 참여 식당이 4개에서 30여개로 늘었고, 무엇보다도 폴란드 적십자사의 결식아동 기금 모금액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대성공이었다.
이전 캠페인들은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 등 보는 이에게 다소 부담감을 줘 ‘구매욕구’를 떨어뜨리고, 모금과정도 다소 복잡했다. 여기에 혼자만의 고민(얼마를 넣지?)과 혼자만의 행동(자랑도 못하고!)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폴란드 적십자사의 새로운 캠페인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늑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편안함을 제공했다. 게다가 포크와 나이프만 있으면 참가할 수 있고, 뿌듯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 만족감도 극대화했다. 한 마디로 ‘잘 팔리는 캠페인’의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내 작은 참여가 사회에 도움을=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비엔나대학이 공동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한 ‘파워슬립(Power Sleep)’ 캠페인은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전통적인 참여방법을 제시했다.
잠자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질병치료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이 캠페인은 알람 기능을 하는 파워슬립 앱을 다운받아 자기 전에 실행시키기만 하면, 스마트폰의 CPU파워가 암이나 치매와 같은 불치병을 연구하는 비엔나대학연구소에 기부하게 돼 있다.
기부되는 데이터 처리량은 약 1MB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당초 오스트리아에서만 진행되었던 캠페인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사람들이 참여 의사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2주만에 13만건 넘게 다운로드가 이뤄졌고 실제 기부자도 7만5000명에 달했다. 1일 최대 기부 CPU파워는 2.2테라플롭스에 이르렀다. 국내 최고 수준인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CPU가 약 300테라플롭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어질 경우 슈퍼컴퓨터 성능을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비엔나대학은 이 앱을 통해 모인 ‘협력연산’의 결과물을 다른 연구기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의 성공 요인은 ‘질병 치료 연구’라는 확실한 목표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그 경험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그것도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만큼만 역량을 함께 모아 보낸다는 측면이 기부자에게는 훨씬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다가왔다.
임성욱 제일기획 프로는 “착한 캠페인의 성공 방정식은 ▷내가 누구를 어떻게 돕는지를 확실하게 인식시킴으로써 기부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아주 쉬운 방법으로 참여가 가능하며 ▷기부할 때의 뿌듯함이라는 감정적 보상을 즉각적으로 느끼게 하면서도 그 경험을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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