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확정…고강도 수사 예고 은행 ‘정면대응’서 ‘묵묵부답’선회 CEO들, 주총 맞물려 큰 부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에 검찰이 칼 끝을 정조준했다. 대검찰청은 5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채용비리를 수사 의뢰한 KB국민ㆍKEB하나ㆍ대구ㆍ부산ㆍ광주은행 등 5개 업체를 수사할 관할 지검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강제 수사가 기정사실화한 만큼 당국과 은행권간 ‘석달 전쟁’의 막이 올랐다. 앞서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파헤친 서울북부지검은 기소까지 100여일 걸렸다. 수사 기간엔 은행권 주주총회(3월)가 열릴 예정이다. 참고인 조사 등을 피하기 어려운 일부 최고경영자(CEO)들로선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됐다.

▶새 진용 짠 검찰…수사속도는=대검은 이날 오전 KB국민은행 수사를 서울남부지검, 하나은행은 서부지검에 각각 맡겼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수사를 의뢰(1월 31일)한지 닷새만이다. 사건 배당이 다소 지연된 건 검찰 인사와 맞물려서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인사를 발표했지만, 이날 관련 인력의 배치를 완료했다. 대구ㆍ부산ㆍ광주은행도 각 지역 관할 지검이 수사를 맡는다. 검찰의 새 진용이 수사에 박차를 가할 거란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금감원이 ‘청탁 리스트’ 등을 검찰에 넘긴 만큼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검별 수사팀의 합(合)이 잘 맞는다면 이번 주 중으로 각 은행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주요 참고인 소환 등이 이뤄질 걸로 보고 있다.

▶사실 무근vs묵묵 부답…은행권 대비는= 애초 채용비리 관련, “사실 무근”이라며 발끈했던 은행들은 조용해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채용비리 사실이 없고,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심상정 의원실에서 석연찮게 점수가 조정된 지원자들의 출신 학교를 공개하자 후속 해명을 내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처음부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 외에 후속 입장이 없었다. 관계자들은 “당국과 맞설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도 했다.

일부에선 수사선 상에 오른 은행들이 서버 압수수색을 대비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한다. 그러나 검찰의 디지털포렌식 기술이 발달해 섣불리 나섰다간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이를 검찰이 살려낼 수 있고, 추후 수사방해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거세지는 노풍(勞風), 주총 영향은= 검찰 수사와 맞물려 주요 은행 CEO들은 주총이 가시방석이 될 걸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리딩뱅크로서의 위상과 호(好)실적 등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왔지만, 채용비리라는 암초를 만났다. 3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주총이 불편하게 됐다. 채용특혜가 의심되는 명단, 일명 ‘VIP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은행 신뢰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은행법은 임원의 비위가 확인되면 당국이 주총에 해임을 권고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 노조의 압박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배구조를 놓고 경영진과 각을 세운 노조는 ‘제왕적 권력’을 허용하는 지배구조가 비리로 이어졌기에 이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현정ㆍ유은수 기자/kat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