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익 향상 도움 되지만 소송남발로 기업활동 위축 우려
소비자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 여건이 올해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소비자분야 집단 소송제’와 공정거래위가 추진 계획을 밝힌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시행이 된다면 소비자 권익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론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행정 쇄신방향을 통해 ‘소비자분야 집단소송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상반기 관련법을 마련해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가 생겼다면 일부 소비자가 전체를 대표해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의 효력은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하는 제도다. 소송에 직접 참여하는 피해자들에게만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공동소송’보다 피해 구제 범위가 폭넓다. 정부는 법무부 산하 집단소송제도 개선위원회가 논의를 마치는 대로 법안 마련 작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집단소송제 도입 추진은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사건에 따라 천문학적인 금액의 피해보상 비용을 물어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유해성분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릴리안 생리대’ 사건, ‘살충제 계란’ 사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욯다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기업의 잘못으로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집단소송제를 포함시킨 건 이런 맥락에서다.
감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추진 계획을 밝힌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 방안도 향후 기업상대 소송 증가를 예측하게 하는 제도 변화다. 공정위는 최근 가맹법, 유통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해당 3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었다. 고소ㆍ고발 남용에 따른 기업행위 위축 등을 고려해 1981년부터 시행해온 제도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공정위가 기업 상대 고발에 소극적이고,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정위 계획대로 실제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론 공정위뿐 아니라 소비자나 시민단체 등 누구나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유통업계 등 관련 업계는 반대의견이 대부분이다.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면 곳곳에서 소송이 발생하고,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묻지마 고발’이 난무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일한 기자/jumpcut@
jumpcu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