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꿈새김판 문구 되짚어보니 -2013년 6월부터 시대의 창 역할 -시민을 위로하고 격려한 문장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봄이 말하네, 그대 앞 길 따스히 데워 놓았다고.”

서울시가 중구 태평로1가 서울광장 앞 서울도서관 외벽에 걸린 가로 13m, 세로 8m ‘꿈새김판’에 17번째 새 문구를 작성했다. 작년 말 ‘포항 지진’, ‘제천 화재’ 등 유례없는 참사 아픔을 나누면서 지친 시민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메시지다. 게시기간은 올해 2월 말까지다.

지난 2013년 6월 첫 선을 보인 서울 꿈새김판은 서울광장 일대 시민에게 위로와 희망, 공감 등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안겨주고 있다. 20자 내외 문구는 시민 공모로 선정하며, 주제는 매번 달라진다. 올해 첫 꿈새김판 주제는 ‘한 해 출발선에서 나누고 싶은 희망 이야기’였다. 위원회는 시민 하정윤(26ㆍ여) 씨가 쓴 이 문구를 두고 “새해를 맞은 시민들의 새 출발이 따뜻하고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문안”이라며 “위로와 격려가 잘 전달된다”고 평가했다.

▶새해 꿈새김판 변천사=꿈새김판의 새해 첫 문구엔 전년을 지배했던 시대상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2014년 새해를 밝힌 꿈새김판 문구는 ‘눈길 걷다보면 꽃길 열릴 거야’다. 그 전년은 5월 남양유업 본사 직원의 막말 파문으로 불거진 ‘갑의 횡포 논란’, 12월 사상 최대 ‘철도노조 파업’ 등 충돌에 얼룩진 한 해였다. 결국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메시지는 많은 시민에게 위로를 전달했다.

2015년 새해 첫 날 시민들을 맞은 꿈새김판 문구는 ‘당신의 ( )가 좋아요, 그냥’이다. ‘위안을 주는 말’ 주제에 따라 뽑은 메시지로 그 전년 4월 ‘세월호 참사’, 7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 10월 27명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등 일상 속 불안감에 움츠러든 시민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과 작년 첫 문구는 각각 ‘올해는 당신입니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가 선정됐다.

2016년 문구는 ‘듣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추린 메시지로, 실업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2개월여전인 11월 발표한 ‘청년수당’을 강행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담긴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작년 문구는 그 전년 10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탄핵정국에서 시민들이 절망하는 가운데, 새 시대를 향한 염원을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시대 상황 알려주는 지침=꿈새김판 문구를 기억하면 당시 시대 상황도 떠올릴 수 있다.

가령 2014년 4월을 장식한 4번째 문구인 ‘보고 싶다, 오늘은 꼭 연락할게’는 게시 전후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더욱 상징적인 메시지가 됐다. 이후 서울광장에 세월호분향소가 설치되며 꿈새김판에는 ‘세월호 실종자분들의 무사귀환과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빕니다’란 추모 문구도 걸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슬픔을 위로하는 취지에서 ‘토닥토닥’이란 네 글자가 새겨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했던 2015년 6~7월에는 ‘메르스 극복을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아주세요’란 문구가, 이 사태가 사실상 종결된 시기에는 그간 참고 버틴 시민들을 위한 ‘보이니, 네 안의 눈부심’이란 격려 문구가 작성됐다.

2016년 3~6월에 걸린 ‘보고싶다 말하고 어느새 꽃은 피고’란 문구는 5월 19세 비정규직 청년이 생을 마감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터지면서 시민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유연식 시 시민소통기획관은 “꿈새김판을 보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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