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신설선 ‘선형블록’ 없어 엘리베이터 가는 길만 설치 운영사측 “역사 좁아서…”

1급 시각장애인 김모(36) 씨는 얼마 전 서울 우이신설선을 타고 북한산 우이역에 도착한 뒤 당황했다. 경전철에서 내린 후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선형블록(점자블록)을 따라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그러나 먼저 줄 선 승객들로 엘레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고, 계단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어려웠다. 승강장에서 계단으로 길을 안내하는 선형블록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 선형블록은 승강장과 엘레베이터 구간 사이에만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시각장애인들도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모두 이용하는데 선형블록이 왜 엘리베이터 경로에만 설치됐는 이해가 안된다”며 “적어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선택권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통한 서울 우이신설선에 선형블록이 제한적으로 설치된 탓에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우이신설선 역사는 승강장에서 엘레베이터 구간에만 선형블록이 설치되어 있고, 승강장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는 길엔 선형블록이 없다. 특히 우이신설선 역사 5곳에서 특정 출입구로 나가려면 반대편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계단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연합회 측은 지속적으로 선형블록 개선을 요구했고, 지난 10월 중순 서울시와 경전철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 주식회사와 면담을 가졌다. 서울시는 운영사에게 즉각 선형블록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지만 정작 운영사는 현재까지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면담 과정에서도 운영사 측은 ‘승강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왜 굳이 계단을 사용해야 하냐’며 반문하기도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운영사 측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운영사 관계자는 “면담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답변이 늦어진 것은 다른 업무가 많아 밀린 것 뿐”이라면서도 “설계 당시 역사가 좁아 한국유니버셜디자인협회 측의 자문을 받아 선형블록 공사를 완료한 것이고,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면 선형블록의 추가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유니버셜디자인협회 측은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한국유니버셜디자인협회 관계자는 “역사 크기를 고려해 한 쪽으로만 선형블록을 설치하자고 조언해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용 당사자들이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데 아무런 대안없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