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도움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직무관련성 없어”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은 공소시효 지나 ‘면소’ 판결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진경준(50) 전 검사장의 넥슨주식 뇌물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취지대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면 진 전 검사장이 얻은 126억 원 추징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형량도 7년에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2일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6억 원, 추징금 5억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 공여자로 함께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김정주(49) NXC 대표이사도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넥슨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아 금품수수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제공한 주식매입자금 4억 2500만 원 부분은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어 ‘면소 판결’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면소 판결은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도 뇌물 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직무 내용이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행사할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부탁할 사건 자체를 특정하기도 어렵다”면서 “진 전 검사장이 받은 이익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관해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진 전 검사장은 2006년 김 대표로부터 넥슨재팬 주식 8537 주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120억 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김 대표로부터 받은 4억2500만 원으로 비상장 상태였던 넥슨홀딩스 주식을 구입했고, 이듬해 11월 이 주식을 매각한 대금 10억 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00주를 사들였다. 이후 넥슨재팬은 일본 증시에 상장됐고, 진 전 검사장은 이 주식을 전량 처분해 126억 원을 얻었다.
검찰 수사 결과 진 전 검사장은 주식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차량과 8차례에 걸친 가족 해외여행 경비 등을 김 대표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한항공 서용원(68) 한진 대표이사에게 처남 회사인 B사에 청소용역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20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진 전 검사장은 한진그룹 내사사건을 무혐의 종결했고, B사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147억 원의 일감을 수주했다.
1심 재판부는 넥슨 주식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김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이 차량과 여행경비를 제공받고, 대한항공 일감을 제공받은 혐의 부분만 유죄가 선고됐다. 김 대표가 주식매입 자금을 제공하고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줬지만, 둘이 오랜 친구사이로 지낸데 따른 호의였을 뿐이어서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진 전 검사장이 김 전 대표로부터 최초 제공받은 주식매입자금 자체는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자금으로 넥슨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126억 원은 “넥슨 주주 자격으로 넥슨재팬 주식을 취득할 기회를 부여받았을 뿐, 별도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징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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