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수요 늘며 전셋값도 상승 규제없어 은행들 영업도 강화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지난해보다 10조원 넘게 늘어났다. 정부가 “빚 내서 집 사지 말라”고 경고하자, “빚 내서 전세 살자”는 수요를 자극한 셈이다.
지난달 말까지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44조2759억원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지난해 말 34조535억원이었던 것이 1년여 만에 10조2224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대출 잔액의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전월 대비 대출 잔액 증가 폭이 평균 7000억원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1조2000억원으로 벌어졌다. 전세대출의 증가는 전셋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상승한 탓이 크다. KB국민은행 조사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중위값은 4억2237만원이다. 4년 전인 2013년 11월 중위값이 2억7649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억4588만원이나 올랐다. 2013년 11월에 전세살이를 시작한 이가 올해 다시 계약하려면 보증금 상승분 1억50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전세 수요도 늘어났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10만89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4531건)보다 4421건 많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전세 대출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까지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3.3%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30.0% 늘어난 전세자금 대출의 증가세는 주담대보다 훨씬 가파르다. 주담대는 여신심사 강화의 부담이 있지만 전세는 대출 규제의 대상에서 벗어나있고, 돈을 떼일 염려도 적다. 서울보증보험이나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행한 주택신용보증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해도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대여금의 9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상품도 출시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다음해부터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전세 대출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