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헤럴드경제가 선보이는 리스트형 기사 ‘WOW리스트

눈물 한 방이면 연기력 논란의 꼬리표도 뗀다. 운이 좋으면 세월이 흘러도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시청자가 원하는 건 하나다. 예쁘게 우는 여배우 보단, 감정이입이 되는 여배우의 눈물이다. 드라마는 여배우의 눈물을 적절히 활용한다. 눈물 한 줄이면 지지부진했던 드라마의 분위기도 반전의 키를 잡을 수 있다는게 그 이유다. 요즘 안방에도 잘 우는 여배우가 많다. 그저 울었을 뿐인데, 금세 연기력을 칭송받는다.

▶ 1위 ‘끝없는 사랑’ 황정음=울고 소리지르고 또 운다. 울면서 공부하고, 울면서 사랑을 고백한다. 출생의 비밀을 받아들인 순간에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잘 울었던 덕분에 연기력 논란 딱지는 진작에 뗐다. 지난해 KBS2 드라마 ‘비밀’로 한층 끌어올린 황정음의 눈물연기는 신작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한다. 억울해서 울고, 아파서 울고, 서글퍼서 울고, 불안해서 운다. 황당해서 운다. 징그럽게 다양한 상황에서 울고 또 우는데, 뭐가 됐든 기본은 ‘분노’라 시청자들의 이입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선명한 이목구비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요즘 황정음의 예쁜 얼굴보다 더 돋보인다.

▶ 2위 ‘참 좋은 시절’ 최화정=외롭고 서러운 사람이다. 의지할 데 없고, 먹고 살기 힘들어 아들도 버렸다. 그것도 불륜남의 집 앞에. 그리운 마음을 차마 끊지 못해 그 집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사랑했다는 그 남자의 아내는 ‘형님’이라 부른다. 그 집의 ‘작은 엄마’가 돼 수년을 함께 살았는데, 떠나야할 시간이 왔다. 아들을 두고 떠나려는 길엔, 새 출발을 위한 결혼도 결심한다(아뿔싸, 남자는 사기꾼인데, 아직 그걸 모른다). 지난 6일 방송에선 누구나 품었던 형님 장소심(윤여정 분)이 하영춘(최화정 분)의 결혼준비를 도우며 “내 딸”이라고 소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란다. 영춘이 부르는 ‘엄마’,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엄마를 향했다. 모녀지간보다 더 애틋한 비현실적인 처첩관계가 빚어낸 눈물에 시청자도 진심으로 울었다.

▶ 3위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나라=대형 로펌의 계약직 서무직원. “너무 흔하고 평범해 붙였다가도 떼버리기 쉬운 ‘포스트잇’ 같다”는 김미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이다. ‘운널사’의 장나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먼지같은 인생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가진 게 없어 매사에 조심스럽고, 지켜야할 자리는 있는데 힘은 없어 매사에 ‘예스맨’이 된다. 시청자는 그 얼굴을 봤다. 사랑도 일도 마음같지 않다. 눈물이 나는데, 좌절의 눈물은 아니었다. 무능하고 한심한 자신을 바라보는 착잡한 눈물이었다. ‘운널사’의 제작사 관계자는 장나라에 대해 “펑펑 울지 않아도, 떨리는 모습만으로도 아프고 서러운 감정을 누구보다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연기자”라고 극찬했다.

▶ 4위 ‘닥터 이방인’ 강소라=아이처럼 운다. 잘 나가는 대학병원 의사이지만, 콤플렉스가 하나 있다. ‘병원장의 딸’이라는 사실 이외엔 딱히 내세울게 없다는 것. 정작 위기의 순간엔 메스를 떨어뜨리고,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자신을 향한 비아냥에 자존감은 수도 없이 무너진다.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연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 의사로서의 존재감을, 자신의 가치를 처음으로 알아줬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공주님은 거절 당한 사랑에 운다. 사랑 앞에선 미성숙했고, 자신을 사랑한 줄 몰랐던 여의사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듯, 운다. 초고화질 화면에서 보기엔 미간의 주름과 입모양이 다소 거슬리지만, 캐릭터 해석력은 나쁘지 않았다.

▶ 5위 ‘너희들은 포위됐다’ 고아라 =이날만을 기다렸나? 엉성한 구성과 중구난방 터져나오는 사건 속에 드라마는 초호화 캐스팅의 덕도 보지 못했다. ‘응사(응답하라 1994)’의 히로인 고아라는 지난 한 해 재발견된 스타였지만, ‘너포위’를 만나며 빛나던 색깔을 잃었다. 지난달 25일 방송분의 고아라는 다시 빛났다. 고위층 딸의 안하무인 폭행으로 엄마가 두드려맞자, 씩씩한 청춘을 살던 어수선(고아라)은 세상의 불합리에 고꾸라졌다. 서럽고 속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반짝이던 청춘을 가로막는다. 다른 건 몰라도 “좌절하고 성장하는 사회 초년생의 성장드라마를 그리기에 고아라의 맑은 눈이 적격”이라는 유인식 PD의 안목은 맞았다. 투명한 눈에 고인 눈물이 금세 펑펑 쏟아질 때, 고아라는 ‘너포위’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연기 갈증을 한 번에 터뜨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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