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배 오를때 땅값 4배 뛰어 자산 양극화 넘어 사회 계급화 열심히 일해도 무력감만 커져

1998~2007년엔 집이 인생 전부 2008~2014년 ‘하우스푸어’ 양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한창이던 1999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땅값이 179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작성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이 수치는 6981조원으로 약 4배 가량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은 530조원에서 1637조원으로 3배 늘었다. 현재 우리나라 국부 가운데 토지 및 건설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6.4%에 달한다. ‘부동산 불패’다.

하지만 불패 신화 속에는 양극화의 전설이 존재한다. ‘50층 초고층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강남의 화려함은 더욱 강렬해졌지만, 누군가는 그 불빛을 멀리 옥상에서 쳐다보거나 혹은 아예 캄캄한 지하방에서 상상만 해야 하는 오늘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979년 한보그룹이 무주택 서민을 위해 주택자금을 융자 받아 세운 대단지다. 한보그룹은 은마아파트를 발판으로 사세를 키워 한때 재계 14위까지 올라섰다. 한보그룹은 1997년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사라졌지만 은마아파트는 이후 ‘대한민국 교육1번지’라는 명성을 얻으며 강남 철옹성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대회 우승상금 5000만원으로 살 수 있다던 이 아파트의 전용 76㎡ 호가는 14억원을 웃돌고 있다.

위기 같은 기회도 있었다. 서울 집값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휘청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998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대비 14.6%나 급락했다. 2000년대 들어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고, 판교 개발 붐 등을 탄 ‘버블 세븐’ 열풍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에는 다시 2.19% 하락 반전했지만 외환위기 때만큼의 낙폭은 보이지 않았다. 2014년 부동산 활성화를 적극 도모한 박근혜 정부의 ‘초이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값은 2015년 6.82%, 2016년 5.29%씩 껑충 뛰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 상반기 6억원을 넘었다. 현재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3인 가구 기준 488만원이다. 한푼 안쓰고 10년을 꼬박 모아도 모자란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비생산자산의 가격 상승률은 4.6%였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3.2% 이후 가장 높다. 비생산자산은 대부분 토지다. 이에 비해 평균 근로소득(2인 이상 가구 기준)은 1.0%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 푼 두 푼 모아 도달하기엔 너무 격차가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1998년부터 10년 간은 주택이 인생의 전부였던 시기였고 2008년~2014년은 오히려 ‘하우스푸어’가 불거지며 주택이 짐이 됐던 시기였다면 2015년 이후 다시 주택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과 땅을 가진 사람들이 앉아서 돈을 버는 사이 그렇지 못한 쪽은 점점 암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 서울은 전국 청년가구의 23.7%가 몰렸다. 그 가운데 주거빈곤으로 분류되는 비율이 40.4%나 된다. 이 많은 젊은이들이 있는 곳은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이른바 ‘지옥고’다. ‘미친전세’, ‘미친월세’를 피해 몸 하나 누울 곳이 있다면 다행이라고 개인적으로 토닥이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노동소득 증가세를 훨씬 웃돌면서 노동에 대한 젊은이들의 회의감과 무력감을 더욱 키웠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 통계 등을 토대로 발표한 소득 대비 자본 배율을 보면, 한국은 8.28배로 미국(4.10), 독일(4.12)은 물론 일본(6.01)보다도 높다. 이는 자본에 비해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적다는 의미로, 이대로 둔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땅과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자산 양극화를 넘어 사회 구성원의 계급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지난 20년간 누적돼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권마다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는 빚내서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였는데 불과 1년 사이 이제는 다주택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며 “부양책은 부양책대로, 규제는 규제대로 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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