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여’ 국정원 직원, 국정원법으로 처벌 -경우회법, 정치활동 처벌조항 없어 ‘유명무실’ -구재태, 박근혜 정부 지지 활동에 16억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이 구재태(75)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을 지난 달 30일 구속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대부분 업무상 횡령 및 배임에 집중돼 있다. 구 전 회장은 전ㆍ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우회의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20억여원을 정치활동에 투입하는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ㆍ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로 확인됐다. 경우회는 설립법상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법정 단체다. 그러나 현행법의 한계로 구 전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공직선거법이나 경우회법에 의한 처벌은 피해갔다.
앞서 경우회는 지난 2014년 7ㆍ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을 비난하는 신문 광고를 내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경우회 사무총장 배모(70) 씨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구 전 회장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미뤘다”며 “대신 해당 실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과 벌금을 경우회 돈으로 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구 전 회장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가 지난 탓에 공직선거법으로 처벌하지 못한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5년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이란 조직을 설립하고, 박근혜 정부와 당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불법 정치활동을 한 사실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경우회 자금 13억8000만원과 경우회 자회사인 경안흥업의 6000만원, 경우AMC의 2억원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사팀은 구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정치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것과 달리 구 전 회장에게 경우회법 위반은 적용되지 않았다.
경우회법 5조 4항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경우회법에 정치활동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조항이 없는 탓에 구 전 회장을 경우회법으로 처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원법 18조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같은 경우회법의 한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우회의 불법 정치활동이 노골화하면서 계속 지적돼 왔다. 국회 행정안전부 소속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선언규정에 그치는 경우회법에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우회법이 명시한 ‘정치활동’이란 표현도 모호해 처벌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법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는 행위’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정치관여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우회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ㆍ반대하거나 특정인을 지지ㆍ반대하는 행위 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우회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