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호선 10월 216건→11월 5662건 증가 -올해 1~10월 민원 더한 양보다 3배 이상 ↑ -“남자가 앉았다” “남자 쫓아내달라” 대부분 -女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 단체 행동 유력 -교통공사 “성숙한 대중교통문화 정착돼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지하철 내 ‘임산부배려석’ 관련 민원 수가 한 달 새 26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민원 현황을 보면 이 달 1~27일 공사 콜센터 등으로 들어온 임산부배려석 관련 민원 수는 모두 5662건이다. 이는 전 달 민원 수(216건)보다 26.2배(5446건) 이상 늘어난 양으로 올해 1~10월 민원 수의 합(1829건)보다도 3배 넘게 많다. 작년 전체 민원 수(1394건)과도 견줄 수 없는 숫자다.
공사가 지난 2015년 지하철에 서 있기 힘든 임산부를 위해 만든 임산부배려석은 올해 7월 기준 1~8호선 전체 3570량에 1량 당 2곳씩 모두 7140곳이 있다.
공사에 따르면 임산부배려석 관련 민원 대부분은 남성이 그 자리에 앉았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임산부에 양보를 안 한다는 내용도 꽤 있지만, 단지 남성이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도 상당수 들어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사 측도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다. 남성이 임산부배려석에 앉았다고 해서 규정 상 제재할 방안이 없어서다. 공사 관계자는 “말 그대로 배려일 뿐 그 자리에 남성이 있다고 강제로 어떤 수단을 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관사와 차장 등 실제 민원을 접수받는 공사 직원 상당수는 이런 급증세가 조직적인 움직임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의 한 기관사는 “임산부배려석에 40대 남성이 있으니 안내방송을 해달라는 같은 내용의 민원만 1분만에 10통 가까이 온 적도 많다”며 “남성이 자리를 뜰 때까지 5~7분 단위로 ‘민원 폭탄’이 쏟아진 적도 있다”고 했다.
같은 1호선의 한 차장은 “민원이 오면 임산부배려석을 안내하는 방송을 틀곤 하는데, 남성이 뜰 때까지 틀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가 약속이나 한듯 줄지어 올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을 지하철 2호선 직원으로 소개한 한 남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임산부배려석 관련 민원 수가 급증하며, 이로 인한 승객 간 갈등도 생겨 일이 부쩍 힘들어졌다”며 “어느 단체의 소행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실제로 이달 5일 한 여성 커뮤니티에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남성 신고 방법을 안내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글에는 1~8호선은 물론 분당선 등의 민원접수센터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신고할 때 호선과 열차번호를 넣어야한다는 등 구체적인 방법도 담겨있다. 해당 게시물은 당시 큰 호응을 끈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공사는 상황의 장기화를 우려 중이다. 연말 연초가 되면 송년회 등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지하철 내 사고도 증가한다. 공사가 민원 접수에 신경을 더 써야한다는 이야기다. 공사 관계자는 “임산부배려석에 대한 민원을 무시하진 않겠지만, 이로 인해 정말 중요한 민원 처리가 늦어질까봐 염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성숙한 대중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남녀 구분없이 모두 한 발짝만 양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