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미뤄지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된 경우를 가정해본다.
수능 전날인 15일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한 이후 수능 당일인 16일에는 16회의 여진이 뒤따랐다. 1교시 국어 시험을 치르는 시간이었을 오전 9시 2분에는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어 9시 47분에는 규모 2.1 여진이 뒤따랐다.
2교시 수학 시험이 막 시작한 시간이었을 10시 37분에도 규모 2.3의 여진이, 3교시 영어시험을 마쳐갈 때쯤인 오후 2시 4분에도 규모 2.3 여진이 발생했다. 2시 31분에도 규모 2.0 여진이, 오후 4시 48분에는 2.4, 오후 5시 31분에도 규모 2.0의 여진 발생했다.
이번 포항 지진은 진앙의 깊이가 얕다. 규모에 비해 진도(실제 지표상 흔들림)가 더 크다는 특징이 있다. 통상의 규모 3.0 지진만 해도 잠을 자던 사람이 느끼고 놀라 깰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조용한 수능시험장에선 규모 2.0의 지진도 체감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수능 시험장의 안전문제에 대한 확신없이 아침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유사시 대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피 시 시험 성적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내용도 학생들에게 전파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예정대로 수능이 치러졌다면 포항 시험지구 12개 고사장의 6098명을 포함해 인근 경주와 울산, 경북 일대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을 보는 내내 짧게는 30분 간격에서 2시간 간격으로 지진을 느끼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수능을 연기하고 정부는 수험장에 대한 구조 안전 조사를 실시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포항 북구의 시험장의 위치를 바꿨다. 학생들이 갖고 있을 혹시 모를 불안함을 고려했다. 수험장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소방관, 경찰관과 함께 심리상담 전문가, 건축구조설계 전문가를 배치했다. 유사시 학생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대형 버스를 대기시켰고, 비상시 학생들이 숙지해야 할 매뉴얼을 마련해 교육했다. 큰 탈 없이 수능이 끝났다.
“우리가 땅을 잡고 흔든 것도 아닌데….” 포항에서 만난 한 여학생의 말이다. 타 지역 수험생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억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포항의 학생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수능이 연기된 일주일 동안 포항의 학생들은 23일까지 총 65회의 여진을 견디며 공부해야 했다. 규모 3.0~4.0 사이의 여진도 5차례나 발생했다. 불안함의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학생도 있고, 대피소로 이동해야 해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과 정부의 대처로 그나마 후유증을 차단할 수 있었다.
연기된 수능 시험을 준비하느라 “일 년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는 포항과 전국의 수험생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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