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책결정과정 공식문서화 위법적 문서관리·정보독점에 제동
대면보고시에도 업무전산화 등록 당국, 모든 활동 문서화 관리 전수 공개 원칙…극비만 비공개로
금융위원회 내부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던 금융권의 알짜 정보들이 공식 문서화 돼 일반에 공개된다.
금융위원회가 조직 내부에 만연한 ‘편의주의’와 ‘비밀주의’를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에 나서면서다.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등 주요 회의의 의사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권고한 수준을 뛰어넘는 고강도 조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융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책임성 확보 방안’을 확정하고, 단계별 적용계획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의 정책결정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기록정보의 공개를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책결정 과정기록의 엄격화, 정보공개범위의 확대, 업무 인계·인수의 내실화가 3대 과제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 확정에 앞서 내부 현황파악을 진행했다. 그 결과를 보면 금융당국의 정보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돼 왔는지가 드러난다.
중요한 금융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관련 문서를 생산하지 않거나, 개별 보고서를 작성해 개인 PC에만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책 입안자나 검토자, 결재자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담당자 변경 시 보고서 관리가 불가능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직무수행 중 생산한 모든 문서를 전산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위법이 만연했던 셈이다.
정보의 독점도 심각했다. 업무담당자가 ‘개인정보’나 ‘진행 중인 업무’를 이유로 자신이 생산한 문서를 일괄 비공개해온 관행 탓이다. 지난해 금융위가 생산한 문서 1만 7460건 중 대중에 공개된 것은 13%(2344건)에 불과했다. 총 4건의 비공개 안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금융정책과 감독 최고기구인 금융위 직원의 정보독점과 사적관리는 막대한 이권이 걸린 정보유출과도 직결될 수 있다.
밀실 유통이 만연하다보니 업무분장과 인계·인수 역시 대부분 내용 없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었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면보고 시에도 관련 내용을 반드시 정부업무 전산화시스템(온-나라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상설기구가 아닌 태스크포스(TF) 활동 시에도 TF 구성 근거와 회의 내용을 반드시 문서화 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증선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핵심 회의 외에 ‘회의록 관리지침’ 상 명시되지 않은 회의라도 중요한 정책결정이 이뤄진다면 회의록을 작성하기로 했다.
만들어진 문서는 네거티브 방식(원칙 공개·예외 비공개)으로 대중에 공개하며, 개인정보 같은 민감사항이 포함된 문서일지라도 해당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최대한 공개할 방침이다. 업무 인계·인수 내실화 차원에서는 모든 직원에 업무인계서 상시 작성·관리·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금융위는 오는 30일까지 각 부서에 미등록 금융정책 보고서와 주요회의 회의록·TF 관련 문서 등록을 유도한 뒤, 내달 29일까지는 문서 등록현황 점검과 부서별 문건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재분류한다는 계획이다. 부서별 생산문서 공개율 점검·비교를 통한 ‘경쟁’도 촉진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직 안팎에서 대(代) 국민 소통강화 요구가 거센 만큼, 금혁위의 권고안이 나오기 전 선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별다른 내용이 없는 외부행사 신고 등으로 문서 공개율만 높이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