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천)=정태일 기자]‘현위치 공장 임대’, ‘함께 할 생산직 가족을 모십니다’
최근 방문한 인천광역시 남동구 남동서로 일대. 한국지엠 부품기지라 불리는 남동공단 곳곳에서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횡단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재를 잔뜩 쌓아놓고도 작업장 문이 굳게 닫힌 공장들도 더러 보였다. 추석 연휴 직전이어서 주문을 소화하느라 공장들이 바삐 돌아갈 법했지만 생산활동이 멈춘 현장들이 적지 않았다.
공장을 매각하고 구인난을 겪는 남동공단의 모습은 한국지엠의 지속되는 적자가 반영된 단면이기도 했다. 그 속에는 끊이질 않는 한국지엠 철수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인천 지역 전체 수출의 20%를 한국지엠이 담당하는 가운데 철수라는 최악의 경우에는 생존 한계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했다.
실제로 만난 남동공단 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한국지엠을 ‘한국에서 개발하지 않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5년전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선으로 크게 줄었다”며 “한국지엠이 내수 판매 감소로 기존 물량을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더이상 국내서 신차 개발을 하지 않으니 신규 발주도 거의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조립 완성차 부품도 외부서 조달하고 있고 이도 모자라 (임팔라, 볼트처럼) 완성차를 미국서 수입하고 있으니 한국지엠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납품로를 개척하려 해도 여의치 않아 직접 GM의 해외 부품망을 접촉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영업은 실적이 거의 없어 GM 글로벌 사업장 쪽으로 입찰하는 등 해외영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출 비중이 줄었어도 한국지엠은 이들에 여전히 주요 거래처지만 계속되는 철수설에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이 일대도 빠르게 성장했던 터라 만에 하나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인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업체 대부분이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안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불안감은 자동차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민생경제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남동공단 상업지역 내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한국지엠 철수설에 대한 문의가 부동산으로도 끊이질 않고 있다. 자동차 경기와 맞닿아 있으니 공장 매매 시장이 민감한데 최근에는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공장 매물을 찾는 연락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를 출범시킨 인천상공회의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로비에는 쉐보레 크루즈가 진열돼 있고 이를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와 비교하는 팻말까지 있을 정도로 한국지엠은 인천상공회의소에도 중요한 회원사다.
관공서에는 각종 시민단체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인천에 몸담은 지 15년이 됐는데 한순간 철수한다면 인천 지역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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