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친구사체 옮긴 딸 엄마 영정사진 들고 수상한 행동
체포 된 후 카페 폐쇄 글 의문 시신 유기후 행적도 오리무중
딸 친구 살해 사건 피의자 이모(35)씨가 지난 9일 오후 진행된 2차 경찰조사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으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이 씨의 공범자 박모(36)씨가 있었다는 점과 이 씨 딸인 이모(15)양이 친구 A양의 시신을 함께 옮겼다는 점 뿐이다. 사건 발생 이후 이씨의 주요 행적을 되짚어보며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이 씨 집 안에서 12시간, A양은 무슨 일을 겪었나?= 사건 발생은 지난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밤 11시 20분경 피해자 A양의 가족들은 A양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112에 가출신고를 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A양은 피의자 이 씨의 집에 있었다. 그날 오후 12시 20분 경 이 씨 집 근처 CCTV에는 이 씨와 그의 딸, 그리고 A양이 이 씨의 집에 들어가는 게 찍혔다. 이 모습은 A양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됐다. A양은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목을 졸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A양의 목 뒤와 근육 내부에서 출혈이 발견됐고 목 앞부분도 표피 박탈 흔적이 보였다. ‘끈에 의한 교사’로 인한 죽음. A양 사인에 대한 국과수의 소견이다.
▶이 양은 왜 친구의 시신을 아버지와 함께 옮겼을까?=A양이 이 씨 집에 들어가고 난 이틀 뒤인 1일 오후 5시경, 이 씨 부녀는 BMW차량에 A양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용 가방을 함께 싣는다.
눈에 띄는 건 이 양의 행동이다. 공개된 CCTV를 보면, 이 양은 이 씨가 차를 집 앞에 주차하는 동안 연신 머리를 만지고 주변을 살피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다가 친구 시신이 담긴 가방을 옮길 때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같이 드는 등 아버지를 돕기도 한다. 이후 이 양은 어머니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차에 탄다. 친구의 시신을 차에 옮기자마자 갑자기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양손에 쥔 이 양은 기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 씨의 딸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도봉동 소재에서 처음발견된 당시 수면제를 먹어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9일 의식이 회복돼 병원에서 1시간 가량 경찰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씨 딸은 “피곤하다”며 제대로 조사에 임하지 못했다. 이 씨의 딸이 A양과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친구의 시신은 왜 함께 옮기게 됐는지 등에 대해 입을 열어야만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공범은 언제부터 이씨를 도왔나? 또 다른 공범은 없나?= 이 씨 부녀는 시신을 담은 BMW 차를 몰고 곧바로 강원도 영월군으로 향한다. 경찰은 1일 오후 7시 30분에서 9시 52분 사이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하룻밤이 지난 다음날 저녁 7시경, 이 씨 모녀는 강원도 정선군 소재의 모텔에 입실한 뒤 새벽 1시 20분 경 퇴실한 것만 확인됐다.
이후 공범 박모(36)씨가 등장한다. 이 씨는 다음 날 서울로 모처에서 친구 박 씨를 만나고 부녀는 도봉동으로 이동한다. 박 씨는 “딸 친구가 수면제를 잘못 먹고 죽었고, 사체를 강원도에 유기했다”는 이 씨의 전화를 받고 이 씨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박 씨가 이 씨의 범행을 언제부터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박 씨는 현재 범인도피 혐의로 현재 구속영장 발부된 상태다.
또 다른 공범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지난 8일 이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씨의 아이디로 “카페를 곧 폐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미 체포된 이 씨가 글을 올렸을 리는 없다. 도피를 도운 박 씨인지, 다른 공범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아내 학대 및 자살 방조 혐의까지…이 씨 평소 성향은? = 이 씨는 사건 발생 6일만에 경찰에 붙잡힌다. 이씨는 5일 오전 서울 도봉동 소재의 은신처에서 경찰에 검거된다. A양의 가출신고 접수 후 이 양의 집에 간 경찰은 수상함을 느끼고 이 씨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지난달 5일에 발생한 30대 여성 투신 사건과 동일한 자택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건물에서 투신해 목숨을 잃은 여성은 이 씨의 아내 최모(32)씨였다.
최 씨는 지난달 1일 의붓 시아버지(이씨의 계부) B씨(59)에게 2009년부터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는 이 사건에 관련해 자살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투신 직전 최 씨가 이 씨에게 폭행을 당한 점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해 내사를 벌여왔다. 아내 학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A씨가 남긴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엔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고백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투신 사건은 A양 죽음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 씨의 평소 행동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경찰은 아내 성폭행ㆍ투신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이 씨의 구속 기간이 10일로 제한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이 씨 모녀는 건강상의 이유로 제대로 된 진술을 피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