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시점이 임박하면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의 환율 분석 기준을 토대로 보면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강경한 통상정책을 바탕으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밀어부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자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주요 교역대상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해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 형태로 매년 두차례 의회에 보고한다. 의회에 대한 보고서 제출 시점은 상반기엔 4월15일, 하반기엔 10월15일로 관례화돼 있다.
올해의 경우 4월15일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재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하반기 보고서는 오는 13~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만큼 보고서 제출은 그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5년 제정된 미 교역촉진법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기준으로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3개를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3개 중 2개의 기준을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이 법에 따라 지금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3개 항목 중 2개 기준을 초과해 지난해 10월 에 이어 올 4월 평가에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4월 보고서 제출 당시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277억달러), 경상수지 흑자(GDP 7%) 등 2개 요건을 충족했지만, 시장개입 측면에서는 지정기준과 달리 GDP의 0.5% 규모를 순매도해 지정요건과 거리가 멀었다.
올 하반기 평가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는 지정기준을 초과할 수 있지만 대미 무역흑자는 크게 줄어 기준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한국이 셰일가스 등의 수입을 확대해 8월까지 대미 흑자 규모가 111억달러에 머물렀고, 지난해 하반기를 감안한 최근 1년간의 흑자도 200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지정기준으로만 보면 낙관적인 셈이다.
문제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대상 지정도 미 업계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북한 제재 참여의 압박 수단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고, 이렇게 될 경우 한국도 안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까지 동원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밀어부친 것처럼 이번 환율보고서를 통해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정부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뉴욕에서 열리는 이번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 중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등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