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자이→디에이치 흐름 현대건설, 도전 2년만에 큰 성과 압구정ㆍ은마 등 유리한 고지에 GS, ‘고배’ 마셨지만 승부는 계속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강남 아파트 브랜드의 패권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현대건설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27일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 1295표를 획득해 GS건설(886표)을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GS건설이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이는 2015년 12월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낸 사건과 비견된다. 2010년대 들어 정비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한 GS건설은 이전까지 강남 주택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눌렀다. 공교롭게도 삼성물산은 이때 이후 어떤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강남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GS건설로 넘어갔다. GS건설의 2015~2016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0조4153억원으로 2위인 대림산업(6조3334억원)을 크게 웃돈다. 지난달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닥터아파트가 강남4구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분양받고 싶은 아파트 브랜드’를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GS건설의 ‘자이’를 꼽은 사람이 31.4%로 가장 높았다. 다른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으며 강남 시장을 공략하는 와중에도, 유독 ‘자이’만을 고집했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래미안’과 ‘자이’가 강남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사이, 정작 건설업계의 ‘맏형’이라고 불리는 현대건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000년대 초반 유동성 위기로 주택사업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한 탓에 시장의 주도권을 잃게 됐다. 2006년 ‘힐스테이트’를 론칭하기는 했지만 강남 시장에 명함을 내밀만한 브랜드 파워를 갖지 못해 주로 강북이나 지방에서 간판을 거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현대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론칭한 2015년 4월이다. 현대건설은 그 해 이 브랜드를 앞세워 서초구 삼호가든3차를 수주했고, 이듬해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분양했으며, 이달 초에는 방배5구역을 따냈다.
반포주공1단지는 디에이치를 내건 네번째 사업이 된다. 특히 총 사업비 10조원을 들여 5388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건설은 이전에도 개포주공1단지, 가락시영(헬리오시티), 둔촌주공 등 초대형 사업들을 따낸 적은 있었지만, 이는 다른 건설사와 공동으로 수주한 것이었다. 반포주공1단지를 통해 초대형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업 역량, 브랜드 파워를 과시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압구정 한강변 단지, 은마아파트 등 강남 초대형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강은 주택시장에서 보면 아파트 브랜드를 전시할 수 있는 일종의 쇼윈도우다”라며 “서울 정중앙 한강변에 디에이치 간판을 내건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 말했다.
pa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