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의 정의를 놓고 논란이 재차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불명확한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차제에 명확하게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부, 여야 정치권, 재계, 노동계 등에서 분출하면서 법제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는 각각 “이번 기아차 판결보다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기업부담이 과도하게 느는 만큼 더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어떤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가운데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지난 8월 기준 115개사에 달하며 소송은 총 103건으로 종결된 4건을 제외하면 총 99건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은 35개사다.
통상임금 분쟁은 임금체계가 복잡한데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규정이 애매모호하다보니 촉발된 측면이 크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통상임금 정의가 한 줄뿐이다. 통상임금 범위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기준이었으나 법원판결로 정기상여금 등으로 확대되면서 소송 등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노동계가 주장하는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가 최대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범위가 불일치해왔던 만큼 통상임금 정의 규정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치권에서도 통상임금 법제화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여부가 회사별로 법원판단에 따라 갈리면서 혼란이 증폭되는 것은 입법적 미비로 인한 것인 만큼, 여야를 떠나 통상임금의 산정기준을 근거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이상 법원에 맡길 게 아니라 국회가 선제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 통상임금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2건이 제출되어 계류 중이다. 이용득(더민주) 의원 발의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규정해 고정성 요건이 빠져 있고, 김성태(한국당) 의원 발의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규정해 고정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어 내용상 차이가 크다.
문제는 정기국회 처리 여부인데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법원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국회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을 맞아 조만간 국회 보이콧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국회와 협의해 통상임금 법적 범위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대한상의 경총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통상임금 문제)는 재계와 노동계 다 합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회와 협의해 법안이 조속하게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통상임금 법제화될때까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 대법원 판결이후 진전 상황 등을 반영해 ‘통상임금 산정지침’(예규)을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12.18) 이후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한 노사간 혼란과 갈등 방지를 위해 2014년1월23일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 합리화, 노사교섭 지원 등 자율적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한편 통상임금 문제는 장시간근로 관행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만큼 장시간 근로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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