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사업재편’ 일시에 중단 위기 애정 보였던 바이오사업 아직은 적자
2년째 사장단인사 공전 조직활력 ‘뚝’ 미전실 해체 계열사 ‘모래알운영’불가피 “인텔 넘는데 20년 걸렸는데…” 한숨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에서 실형(5년)이 선고되면서 삼성그룹이 대혼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숨가쁘게 진행됐던 ‘이재용식 사업재편’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고, 2년째 공전중인 사장단 인사 실종 사태는 조직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삼성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지목됐던 바이오사업과 하만 인수로 탄력을 받던 전장 사업마저 오리무중 상황에 빠지게 됐다.
28일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좌초된 제일기획 매각이나 삼성중공업 정리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모두 ‘공란’으로 남게 됐다”며 “필요최소한의 사업활동만 하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5년이나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회사 운명이 어떻게 되겠는가”며 한탄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마저 없어져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진 주도 주체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업재편이었다. 비주력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그룹을 크게 세축으로 나눠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 이재용식 사업재편의 핵심 골격이다.
예컨대 금융·전자·바이오 3개 축으로의 사업재편이 구체 청사진이다. 금융은 삼성생명이, 전자는 삼성전자가, 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 축의 대표 기업이다.
미래 상황이 가장 불투명해진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바이오는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여온 부문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가 반도체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애정을 대외적으로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 이제 막 정착하기 시작한 바이오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만을 인수하면서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전장사업 역시 이후 대규모 후속 투자는 전무한 상태다. ‘세계 최고’를 받아들여야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철학 하에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였던 하만을 인수했지만 총수 부재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장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하만의 영업이익 기여율은 1%안팎에 머물고 있다.
사장단 인사 역시 오리무중 상태다. 삼성은 작년말 단행했어야 할 사장단 인사를 아직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총괄 아래 신종균 사장(IM)-윤부근 사장(CE)-이상훈 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 형태로 주요 현안을 결정한다. 금융계열사 등 다른 계열사들도 자율경영체제를 이어간다.
삼성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은 사실 사장단 인사 직후부터 시작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상황이 돼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래전략실 해체다. 삼성그룹은 SK 등 여타 그룹과는 달리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이 운영돼 왔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각 계열사의 인사와 전략 기획 등을 총괄하는 기능이 아예 실종되면서 ‘모래알’처럼 운영되는 것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당장은 계열사 CEO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현 상황이 수년간 장기화할 경우 삼성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예상이다.
삼성 관계자는 “ICT 기업의 특성은 순간순간 결단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판단의 결과는 3년~5년 후에 나타나는데, 삼성이 인텔을 넘는데 20년 걸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