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기업 부실화에 손실 확대 대위변제 등 지출이 수입 압도 여유자금 반년간 1000억 감소 기술혁신형 창업·중소기업에 보증을 공급하는 기술보증기금의 여유자금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자금수지 예상치를 뛰어넘는 대위변제(보증채무이행) 금액이 발생하는 등 지출이 수입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보증부실도 다수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기보가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긍정평가와 함께 “보증심사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2~7월 기보 자금운용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기보의 여유자금 규모는 지난 6개월간 연속해서 줄었다. 2월 -45억원, 3월 -265억원, 4월 -41억원, 5월 -241억원, 6월 -275억원, 7월 -170억원 등이다. 기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금융 전담기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조4658억원이었던 기보의 여유자금은 7월 말 2조3767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기보가 현재 여유자금 중 1조 3654억원을 예치금으로 보유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유동성 충당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순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월 자금수지 예상치를 웃도는 대위변제 규모가 기보의 자금손실을 부추겼다.
대위변제란 기보가 지급보증을 선 중소기업이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기보가 이를 직접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기보는 대신 채무자에게 변제액의 상환을 청구할 권리(구상권)를 얻게 되지만, 지난해 기준 구상권 회수액은 1702억원 정도로 미미해 이른바 ‘잃어버린 돈’으로 치부된다.
실제 지난 2월 기보는 대위변제 증가세와 보증연계투자 신규 집행액을 합산해 3월 총 132억원의 여유자금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3월에만 총 1101원 규모의 대위변제 금액이 발생하면서 기보의 당월 손실규모는 265억원으로 늘어났다.
5월에도 기보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기보는 5월 대위변제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해 여유자금이 오히려 58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자금수지는 241억원 적자였다. 역시 230억원 규모의 P-CBO(회사채담보부증권) 대위변제가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6월과 7월 기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약 300억~600억원의 여유자금 증가를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추경 지연으로 불발됐다. 반면, 같은 기간 대위변제 발생액은 각각 951억원, 737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자금운용 계획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보증부실도 문제다. 지난 7월 말 기준 기보가 공급한 보증의 부실화 규모는 6887억원에 달한다. 올해 보증부실 한도 1조2030억원의 60% 가량을 이미 채웠다. 부실화한 보증이 정상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면 기보의 대위변제 규모가 향후 급증할 수 있다.
이같은 기보의 행보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보증을 지원하면서 손실이 늘어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기보 역할론’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기보의 월별 자금수지가 자체 전망 혹은 계획에서 빈번히 벗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기술보증 공급규모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면밀한 기술평가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증을 공급했다면, 월별 미세 전망이 이처럼 크게 빗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