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로 살펴본 ‘한국 복지좌표’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우리나라는 가족수당 현금지원, 육아휴직, 보육서비스 수준이 모두 낮은 ‘남성생계부양형’ 국가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저출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출산 균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복지국가의 현 좌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가족지원정책은 ‘남성생계부양형’으로 여성고용율과 합계출산율이 모두 낮아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 국가들은 한국처럼 급격한 경제·사회·가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에게 강한 이중 부담이 부과되고, 남성·기업·사회가 양육과 돌봄, 가사 부담을 충분히 분담하지 못하면서초저출산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고 성별 분업이 불평등할수록, 즉 남성생계부양 모델이 지속될수록 ‘저출산과의 잠금’(lock-in)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이른바 ‘저출산균형(low fertility equilibrium)’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단순히 한두 가지 정책만으로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기업-가족의 전반적인 문화와 정책 기조가 젠더 중립적으로 재편되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로 거듭나야만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증가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사회지출 측면에서는 1990년대 노인지출 비중이 높은 ‘현물-노인중심형’에서 ‘현물-가족중심형’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공적연금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보육 및 사회서비스지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빈곤율이 높아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강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다는 점 등에서 노인과 현금지출 쪽으로 좌표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초저출산으로 인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투자와 일·가정양립정책 관련 수요가 높으며 청년 실업 등 청장년의 고용 불안정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함께 대두되고 있어 현재 ‘가족·현물 중심 좌표’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우리나라가 복지국가 모델로 참고했던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의 나라는 공공복지지출이 높은 ‘현물-가족중심형’에 위치한다.

보고서는 “선진 복지국가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배우되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경제·문화적 특수성과 4차 산업혁명, 초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 등과 같은 새로운 도전들에 조응할 수 있는 복지체계를 신중하게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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