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수신용 보급형 셋톱박스 비중 높을수록 수익성↓ - IP 셋톱박스 기반 복합적 기능 추가하는 가온미디어 실적↑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셋톱박스(TV 수신 장치) 업체들이 2분기에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가온미디어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5%나 영업이익이 증가해 ‘고군분투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필드는 상반기에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21억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토필드는 셋톱박스가 포함된 정보기술(IT)사업 영역에서만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 43억원(전체의 47%)을 올렸지만 비용 문제로 85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대손상각비가 전년동기(9억원)보다 16억원이 늘어난 25억원이 반영되며 손실폭을 키웠다. 판매했지만 되돌려받을 수 없는 금액으로 처리된 비용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보급형 셋톱박스(기존 TV 수신을 위해 설치된 셋톱박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은 토필드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셋톱박스’는 사업 진입장벽이 낮아 가격 경쟁이 치열해 단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고객사를 대상으로 보급형 시장에 진출한 토필드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셋톱박스 매출 규모 1위인 휴맥스 역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휴맥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98% 감소한 1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매출 규모가 340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업이익률이 0%대에 불과한 셈이다. 휴맥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국내 어느 업체보다 활발하지만, 실적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미국 법인은 261억원, 폴란드 법인은 120억원 가량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만큼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사용한 현금이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셋톱박스 올해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4.3%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휴맥스 역시 ‘보급형 셋톱박스’의 매출 비중이 90% 가까이 되면서 실적 발목이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정의 사물인터넷과도 연계될 수 있는 ‘인터넷TV(IPTV)용 셋톱박스가 휴맥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휴맥스 실적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셋톱박스 출하량은 지난 2015년에 최고 수준인 2억9000만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출하량이 2억7600만대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는 2억7100만대에 그치며 시장확장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온미디어는 셋톱박스 산업 위축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25.5% 상승한 84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셋톱박스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판매 궤도에 진입했다. 같은 달 신규로 납품을 시작한 LG유플러스 효과도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연간 셋톱박스 판매를 120만대로 가정할 때, 연간 30만대 가량의 ‘기가지니’가 납품되며 매출 규모를 끌어올린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품 구성에서 ‘보급형 셋톱박스’를 줄이고 IPTV용 셋톱박스 비중을 전체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IPTV용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기능을 더한 복합형 제품의 생산 비중은 4년전 0% 수준이었으나 최근 40%대로 급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보급형 셋톱박스 비중을 축소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셋톱박스 출시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셋톱박스를 국내 주요 고객사에게 1차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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