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러시아 해역이 신출귀몰 ‘게(crab) 마피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 극동 해역인 오호츠크해에 불법 게잡이 어선이 활개를 치면서 게 가격이 매년 7억달러(약 71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해양보호단체인 ‘오세아나’는 “이들 게잡이 해적선이 갈수록 팽창하면서 최소 100억달러 상당의 전세계 불법 어획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우려했다.
불법 게잡이 어선은 전세계 게 공급에도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래스카 해역에서 합법적으로 잡힌 킹크랩은 대부분 고가에 아시아로 수출되는 반면, 러시아에서 잡은 값싼 킹크랩은 미국 내수 충족을 위해 아메리카로 흘러들어간다. 미국은 1년 킹크랩 수입량이 1500만파운드(약 680만㎏)에 달하는 주요 소비국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전세계에 유통되는 킹크랩이 대부분 알래스카나 러시아산인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들은 외관이나 맛에서 큰 차이가 없어 불법거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최대 게 협동조합인 ‘인터코퍼레이티브 익스체인지’의 제이크 제이콥슨 이사는 “알래스카산인지 러시아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박스에 원산지 스티커를 붙이면 감쪽같다”며 “둘은 완전경쟁관계이기 때문에 러시아산 불법 게 유통이 많아지면서 알래스카산 게 가격이 떨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알레스카바다게거래단체’는 지난 10년간 게 손실액이 최소 5억6000만달러(571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러시아 당국은 뒤늦게 불법조업 단속에 나섰지만 발본색원까지는 갈길이 멀다. 2000년대 중반 러시아 게 암시장은 합법적인 거래규모보다 3~4배 컸다. 2013년에는 2배 정도로 줄긴 했지만 암시장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러시아 불법조업은 ‘그레이(회색)’과 ‘블랙(검은색)’ 두개로 구분된다. 그레이는 러시아 당국에 등록은 돼 있지만 저인망 싹쓸이로 킹크랩의 씨를 말리고 있다. 반면 블랙은 아시아 캄보디아나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적을 두고 선원은 러시아인으로 구성해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이들 어선은 러시아 해역에서 게를 잡아 일본이나 한국에 내다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일본과 한국이 세계 최대 게 시장이자 수출 교두보”라면서 “현지의 무관심한 공무원들이 불법으로 잡힌 게에 눈 감아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현지인은 “러시아에서 불법 게잡이를 묻는 것은 캄보디아에서 코카인을 묻는 것과 같다”며 악명높은 게 암거래 시장을 묘사하기도 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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