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치 졸속 비판에다 현장 혼란도 가중 “전기요금ㆍ전력수급 공론화는 간 곳없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대한민국 1호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를 기점으로 영구정지된 가운데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잠정중단을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졸속’이라는 비판에 청와대가 ‘합당’을 강조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공사장이나 공사 예정지 현장의 주민이나 관련 업체들도 극단적 조치라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원전의 경우 고리 1호기 외에도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이 적지 않다. 현재 수명연장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월성 1호기를 포함해 2029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모두 11기에 이른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 또한 모두 11기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신고리 4·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5기다.

신고리 5ㆍ6호기 [사진=헤럴드경제DB]
신고리 5ㆍ6호기 [사진=헤럴드경제DB]

이 중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3기는 이미 공정률이 100%에 가까워 사실상 중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반면 당초 계획된 11기 가운데 8기의 추진 여부는 안갯속이다. 특히 건설 중 혹은 건설 예정이었다가 대기상태에 놓인 원자력발전소의 설비용량이 현재 가동 중인 전체 원전 용량의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공사가 일시 중단된 신고리 5·6호기의 설비용량은 1400MW씩 모두 2800MW다. 아직 건설 준비 단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의 설비용량은 한기당 각 1400MW와 1500MW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총 설비용량(2만2529MW) 대비 신규 원전 6기의 설비용량(8600MW)은 38.2%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7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속 여부를 공론에 부치기로 하고 공사 잠정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한수원은 정부 방침이 나올 때까지 신한울 3·4호기 시공 설계를 보류했다.

부지 매입 단계에 있는 천지 1·2호기 건설 준비작업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가동 중인 원전 중에서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4년 된 월성 1호기(679MW)가 조만간 폐쇄될 예정이다.

사라지는 원전을 대체하는 건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발전원이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탈(脫)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전기요금과 전력수급이다. 무엇보다 발전비용이 상승하고 덩달아 전기요금 인상도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고리 5, 6호기를 타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최대 10.8%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만약 신재생 에너지 구성이 변동성이 큰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이뤄진다면 2016년 예비력이 542만kW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예비력이 500만kW 미만이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