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소득증대 불가능 부채총량 32조원 줄이려면 강력한 대출통제 불가피 저신용자들 부담 가중 우려 새 정부가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는 이른바 ‘총량 규제’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서민들의 ‘대출절벽’ 우려가 크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소득은 늘리고 부채는 줄여야 하는데, 당장 소득을 높이기 어려운만큼 큰 폭의 부채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총 875조원,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총 1344조원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6%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100% 전후에서 움직였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02년에도 108.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이 비율이 112.6%로 100%대를 넘어서더니 이후 계속 오름세다. 특히 2014년 136.3%, 2015년 142.9%, 2016년 153.6% 등 지난 3년 동안은 10%포인트 내외의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마련에 참여했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150%는 가계부채 정책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장기적인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누가 금융 수장을 맡든 이 방향에 맞게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9%로, 부채 증가율인 8.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소득과 부채 증가율이 엇비슷했던 시기는 각각 5%와 5.7%를 기록했던 2013년이 유일하다. 특히 최근 3년간은 그 격차가 더 크다. 가처분소득이 2014년 4.6%, 2015년 5.8%, 2016년 4% 등으로 오르는 동안 가계부채는 각각 6.5%, 10.9%, 11.7% 늘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빚이 소득보다 3배가량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분모인 소득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새 정부가 ‘150%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해 가계대출 축소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150% 기준’을 맞추려면 가계부채가 현재의 1344조원에서 1312조원으로 32조원 가량 줄여야 한다. 만약 올해 새 정부가 가계부채를 지난해 소득 증가율인 4% 수준으로 맞춘다면 가계부채 증가액도 54조원 이내로 관리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올들어 4월까지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2조5000억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쉽지 않은 목표다. 새 정부는 150% 기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계대출은 강력히 통제될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을 줄이라고 행정지도를 하면 은행들은 당연히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나 저신용자의 대출부터 우선 줄일 것”이라며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절벽이 더 심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통제를 이유로 대출금리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물건 값이 비싸야 덜 팔린다’는 이유에서다.
신소연 기자/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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