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는 순망치한 관계, 갈등 아닌 상생의 선순환 필요 -대화와 소통이라는 도구 통한 경제 옥석 다듬기 필요할 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입니다. 이제 불확실한 상황 하나가 사라졌으니 좀 나아지겠죠”

대선 다음날 국내 굴지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이 밝힌 소회다. 5명의 유력 대선 후보 중 보다 친 기업적인 사람이 당선되는 건 다음 문제일 뿐, 갑작스레 찾아왔던 권력 공백기가 마침내 끝났다는 것 만으로도 기업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의미다.

기업과 정부는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임금과 세금을 지급한다. 임금과 세금으로 가계와 정부는 다시 제화와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 양이 늘어나면 국가 경제도 성장한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기업과 정부는 납세와 행정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 그리고 그 숫자가 늘어야 정부의 곳간도 풍성해질 수 있다. 활발해진 기업 활동으로 늘어난 일자리와 가계 소득이 정부의 서비스 제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덤이다.

반대로 기업과 정부가 갈등만 반복한다면, 경제 자체는 힘들어진다. 정부는 기업을 가로막고, 기업은 조세와 사회적 책임에서 도피, 회피만 거듭하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둘 사이는 말 그대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소득 주도 성장론’이 꼽힌다. 정부 재원을 활용해 가계 소득을 높히면, 소비가 늘고 기업 투자까지 활발해질 것이라는 이론이다. 공공부분 일자리 81만개 창출, 기초연금 인상, 아동ㆍ청년 수당 신설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돈이다. 이런 정책 수행에 필요한 돈은 각 항목마다 매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을 요구한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매년 들어가야 하는 금액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 정부 1번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라며 “정부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유도해야 하고, 이는 결국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유연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규직 과보호로 인해 대기업들이 도급하청을 늘리거나 해외로 가곤 한다”며 “결국 노동 유연성을 높혀, 더 많은 고용이 창출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순환 구조다.

세계는 지금 기업 기 살리기 전쟁 중이다. 미국은 법인세를 절반 가까이 낮추겠다고 나섰고,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새 대통령을 만든 프랑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법인세율을 인하했거나 유지한 국가는 28개국에 달한다. 반면 인상을 선택한 나라는 그리스와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했다. 눈 앞의 조세 한푼 대신,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에 따른 중장기 경제 성장과 조세 확충의 길을 택한 것이다.

새 정부도 이런 대세를 일단 수용하는 모습이다. 당초 선거전에서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전후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했다. 자본과 기업의 국경이 사라진 세계화 시대, 흐름에 역행했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 시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래도 기업들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다. 경제 수장이 정해지기도 전에 권력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업 압박설 때문이다. 이미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재수사해 총수 구속을 암시하거나, 최저임금을 필두로 한 가파른 임금상승, 금산분리ㆍ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엇갈린 멘트 앞에 투자와 고용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 과정에서 나온 공약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김동욱 경영자총연합회 본부장은 “지배구조 개편이나 상법 개정 등 많은 공약들이 있었지만, 실행에 앞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여러 공약 중에서도 정말로 해야할 것들과 우선순위를 정해야 기업들도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옥석은 갈고 닦을 때 빛난다. 그 도구는 대화와 소통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의 소통을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 등으로 기업과 정부의 교류 축소가 가져올 수 있는 경제 충격을 우려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정경 유착은 당연히 끊어야 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술과 산업전략, 고용 등과 관련 정부와 기업이 의견을 충분히 교환할 수 있는 부분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정부는 경제 정책의 성공을 위해 기업과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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