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반면교사 삼아야”

영국은 세계 금융ㆍIT(정보통신) 스타트업의 산실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등록된 신설법인만 60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 본 영국의 창업생태계는 ‘최악’ 그 자체다. ‘돈 가뭄’과 정부 지원의 부재 탓에 스타트업의 고속성장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우리 스타트업의 ‘플립’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영국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영국에 등록된 60만개 기업 중 ‘스케일업’(Scale-up)으로 성장한 기업은 단 1%에도 못 미치친다.

스케일업은 3년 간 매출액이나 직원 수가 20% 이상 성장한 기업을 말한다. 스타트업이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일단 이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영국 창업 생태계가 황폐화한 이유로는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정부의 지원까지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초기 단계 스타트업 중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영국에 비해 40%가량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달 받은 자금 규모도 같은 기간 영국 기업의 조달 규모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았다.

영국 내 투자가 사실상 꽉 막힌 가운데,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가능성을 잃고 도태되고 있다는 보고다.

이에 따라 최근 영국에서도 플립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아마추어 스포츠팀 모집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한 미투(Mitoo)가 대표적이 다. 미투는 2011년 런던에서 설립됐고, 16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의 80%가 영국인이었지만 2015년 5월 결국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이전했다. 영국 안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고전하던 중, 미국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500 스타트업스’로부터 플립을 전제로 한 투자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ㆍ벤처기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국 내 벤처캐피털(VC)의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방법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재투자 ▷국내 고용유지 등의 조건을 전제로 스타트업 플립를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