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관행 주장, 유ㆍ무죄 판단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1) 씨 딸 정유라(21) 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관리에 특혜를 준 것으로 지목된 교수들이 차례로 선고를 받게 됐다. 법정에 선 교수 여럿은 “체육 특기자를 배려하는 관행대로 했을 뿐 정 씨 개인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가 이같은 주장을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모인다.
정 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입학과 학사 두 갈래로 나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김경숙(62ㆍ여)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은 지난 2014년 9월 지인인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수시모집에 지원한 정유라를 합격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 전 학장은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면접위원들에게 정 씨를 뽑도록 지시했다. 김 전 학장은 정 씨가 합격한 뒤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과제물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학점을 주도록 교수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모든 입학ㆍ학사 비리가 최경희(55) 전 총장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정 씨의 입학 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교수들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한 일이었다’고 법정에서 항변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 4월 12일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서 “우수한 학생을 외국까지 가서라도 데려와야 하는게 대학 현실”이라며 “그게 전부인데 이렇게까지 비화된 데 대해 잘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정 씨에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교수들은 ‘체육특기자를 배려하는 관행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의 과제물을 대신 작성해 제출한 혐의등을 받는 유철균(51) 전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4월 25일 열린 자신의 결심(結審)공판에서 “정 씨가 체육 특기생이라서 학점을 줬을 뿐 최 씨 딸이라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며 “관행으로만 생각하고 학점을 부여해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언뜻 다른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의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형법에서는 고의로 업무방해죄를 저지른 경우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교수들은 특혜나 비리를 저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의도로 입시 업무를 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또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체육특기자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관행이 만연해 특별히 정 씨에게 혜택을 준다고 생각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주장할 수 없으니 소극적으로 ‘관행이 있는데 어떻게 나만 처벌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형사법에서는 단연 배척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관행이라는 것이 불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관행을 고려하면 법관 스스로 법과 원칙을 부정하고 불법적 관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양형이나 유ㆍ무죄에 고려대상으로 삼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