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입사 27년째, 이렇게 노골적인 인사는 처음 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폭발한 KBS 보도 공정성, 독립성 논란으로 양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닷새째 되던 2일 오후 보도본부의 국장급 간부가 길환영 사장의 보복 인사에 반발, 보직을 내려놨다.

보도본부의 이 간부는 사내게시판에 “사장님! 먼저 물러나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피의 월요일, 저는 오늘을 이렇게 기억하겠습니다”라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남겼다.

이날 길환영 KBS 사장은 사내조회 직후 15명의 KBS 국장·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양대 노조는 “이번 인사에는 최근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 등이 다수 포함됐다”며 “보도본부 부장 6명은 부산방송총국 등 지역방송총국 평기자로, 편성본부 콘텐츠개발실장은 해당 부서 평직원으로, 제작기술센터 중계기술국 총감독은 관악산 송신소로 발령났다”고 밝혔다. 또 제주방송총국장과 강릉방송국장 등 2명은 인재개발원으로, 제작기술센터 보도기술국장은 소래 송신소로 발령났다. 길 사장 사퇴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청자본부 재원기획부장도 해당국 평직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게시글을 올린 보도본부의 이 간부는 길 사장의 사내 특별담화를 언급, “사퇴 의사를 표명한 보직 간부들에게 ’제자리로 돌아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고, “보도 독립성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보도 독립성 강화를 위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겠다”고도 했는데 “그 음성이 채 귓가를 떠나기도 전에 인사 발령을 내셨다. 올해로 입사 27년 째 입니다만 이렇게 노골적인 인사는 처음 봅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날 특별 담화에 이은 이사 발령을 보며 처음부터 내세웠던 ’직종 이기주의‘ 프레임을 강화해 보도본부와의 전면전에 나섰다고 받아들인 사람은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간부는 “뉴스의 정상화와 시청자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데 어느 누구 보다도 공감하고 있다. 엄혹하던 시절을 지나 KBS가 신뢰도, 영향력 1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눈물을 흘렸던가요”라고 되물으며 “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건만 사장님이 계시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님께 머리 숙여 임명장을 받은 저로써는 이런 글을 쓰기가 매우 곤혹스런 일입니다만 사장님의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을 인정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며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를 지켜주십시오”라고 간혹히 당부하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측의 인사조치에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 후임으로 지난 19일 임명된 이세강 보도본부장은 보름 만에 사표를 제출했고, 국장급인 디지털뉴스국장과 국제주간도 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KBS에서 보직을 내려놓은 팀장급 이상 간부는 총 325명으로 늘었다. 앵커들을 포함하면 3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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