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최고경영자 연찬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경제 공약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우려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연초 최고경영자 연찬회를 개최하고 쓴소리를 쏟아내는 등 존폐가 불투명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 7일로 예정된 경제단체협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경제 단체들의 역할 조정을 감안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 40회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는 경제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경총이 매년 열고 있는 연두 행사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지난해와 달리 노사관계와 관련한 강연이 빠져 있다. 노사관계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경총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으로 지난해에도 경총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을 초청해 노사관계 특강을 가졌다.
대신 박병원 경총 회장은 지난 9일 개회사에서 “관광 의료 농업 등 수많은 기회를 각종 규제로 묶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막아놓고선 막대한 돈을 들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을 정치권이 대안이라고 내놓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인호 무역협회장도 “정치인들이 기회비용이라는 최소한의 경제 개념만 갖고 있다면 반 시장적 법률, 기업을 괴롭히는 법률, 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경총은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경제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는 등 그 동안 전경련이 담당했던 대기업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전경련의 쇄신안과도 맞물려 경총이 역할 확대를 위한 워밍업이지 않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총에서는 최근 경제민주화나 세법 개정안 등에 대해 사전 학습에 나서는 등 업무 영역 확대에 대비한 사전 준비 활동도 감지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총이 조만간 회원사를 상대로 기존 노사관계 업무 이외의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경총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월 중에 전경련의 새로운 회장단이 꾸려지고 쇄신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경제단체 사이의 역할 조정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오는 3월 7일 경제단체협의회가 예정되어 있어 이 자리에서 역할 분담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총 측은 재계의 맞형 격인 전경련의 쇄신 방안 등이 논의 중이고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총의 역할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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