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가 무산되면서 ‘제3지대’ 구상의 파급력이 반감되고 있다. 대선주자간 합종연횡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통합 또는 연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제3지대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현재 가장 유력한 제3지대는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스몰텐트’다. 국민의당이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당으로 영입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경선을 치르고 후보자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소위 ‘반문(반문재인)연대’다.
반 전 총장이 퇴장한 보수 진영에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보수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마땅한 대상이 없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오히려 유 의원의 보수단일화를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 진영의 연대 논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가시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문재인 1인 독주체제’에서 국민의당이든 보수 진영이든 통합 또는 연대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황 권한대행이 변수이긴 하지만 산술적인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주자의 지지율을 합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낮다.
지난 6일 오후 발표된 KBS-연합뉴스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6.3%이고 손 의장이 1.1%다.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1%를 넘지 못했다. 6일 오전에 발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안 전 대표만 7.4%로 나타났다. 손 의장과 정 전 총리의 경우 유의미한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선 안 전 대표와 손 의장,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을 모두 더해도 10%가 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9.8%, 28.7%로 각각 집계됐다(이상 KBS-연합뉴스 여론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2%포인트ㆍ동아일보 여론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기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구도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뚜렷하다. 확실한 반전 카드가 없으면 뒤집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제3지대를 구성하는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만큼 나오지 않아 산술적으로 반문연대는 위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도층의 표를 상당 부분 확보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에서 승산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도 “최근 지지율 동향을 보면 손 의장은 3%를 넘지 못하고 있고, 정 전 총리는 0%대에서 머물고 있다”면서 “국민의당 중심의 스몰텐트의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 중도보수 진영과 연대를 모색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진보 성향을 띈 안 전 대표의 지지층이 문 전 대표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순정 실장은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연대할 경우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안 전 대표의 지지층이 상당수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보수 진영과의 연대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어떤 후보나 연대도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이다.
인지도 있는 대권주자가 맥도 못 추리는 것은 유권자 성향의 판도 변화와 맞물린다. 보수정권의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 유권자 지형을 180도 바꿔놓은 것이다. 이전까지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진보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여기에 ‘정권교체’를 위해 확실한 사람을 밀어주자는 민심도 작용하고 있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독주 체제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창렬 교수는 “문 전 대표가 완전한 대세가 아니다. 지지층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면 꼭 문재인이 아니여도 된다’는 민심이 호남과 충청을 중심으로 생긴다면 제3지대 후보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 사라지면서 ‘누가 나오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김영환 국민의당 대선기획단장은 “아직 연대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서 “경륜과 안정감 있고 컨텐츠 있는 분들이 막상 당내 경선에 들어가면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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